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20일 낮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현저한 시각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주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양국은 인식 차이를 좁히는 데 성공하지 못했었다.
▽양국, 여전한 시각차=이날 오전 베이징(北京)의 다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리 외교부장의 회담은 이전의 양국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라이스 장관은 유엔 결의의 전면적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했지만 리 부장은 냉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역설했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심각한 도발이자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불법적인 화물과 위험한 물질의 교역이나 운송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 이행문제를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 부장은 "중국이 유엔 회원국이자 상임이사국으로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유엔 대북 결의 의무사항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핵 위기 관련 모든 당사국들이 냉정을 유지하고 신중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도 이날 라이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푸는 데는 외교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방북 헛되지 않았다"=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가려있던 탕자쉬안 특사의 북한 방문 결과는 오후 라이스 장관과 탕 국무위원과의 회담에서 큰 줄거리가 공개됐다.
탕 위원은 이날 국무원 청사가 있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 쯔광거(紫光閣)에서 라이스 장관을 만나 "다행히도 이번 방문은 헛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회담 시작과 함께 잠시 언론에 취재를 허용하는 동안 라이스 장관과 얘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후의 첫 공식 언급이었다.
리 부장 역시 "탕 특사의 평양 방문은 적어도 '상호 이해'를 증진시켰다"고 말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확실히 했다.
리 부장은 이어 "탕 특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하루 빨리 6자 회담을 재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혀 김 위원장과 탕 특사의 회담에서 모종의 수확이 있었음을 강력 시사했다.
이에 따라 탕 특사가 김 위원장에게 중국의 '최후통첩'을 전달했을 거라느니, 후 주석의 구두(口頭)메시지가 '당근'보다 '채찍'이었을 거라느니 하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 일순간에 사라지면서 취재 기자들의 분위기가 확 바뀌기도 했다.
리 부장은 그러나 과연 어떤 수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 제재 어떻게 될까=이처럼 중국과 미국이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유엔 회원국의 일치된 대북 제재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탕 특사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이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그동안의 오해를 푼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리 부장은 이날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과) 관련된 국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다분히 외교적으로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결국 중국은 종전과 같이 제재조치를 취하면서도 북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 '시늉 제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북한 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경 제재 지지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온건 제재 국가로 나뉘어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의 특사를 받아들인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누그러뜨려 중국과 미국의 의견 차이를 넓히고 나아가 전면적인 제재를 피하자는 의도였다"며 "김 위원장의 이런 목적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셈"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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