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야유회 국감(國監)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9명은 19일 야유회를 간 기분이 아니었을까. 전주에서 산림청 소방헬기 3대에 나눠 타고 새만금 방조제로 날아갔다. 산불 진화용 헬기는 익산과 원주에서 차출됐다. 전주∼새만금 방조제 간은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국정감사라는 ‘무거운 임무’를 수행하는 의원들이라 멀리서 헬기를 대령시킨 모양이다. 의원들은 새만금에서 20분 정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한국농촌공사가 준비한 생선회와 복분자주를 음미했다. 저녁에는 다시 헬기로 전주에 돌아가 만찬을 즐겼다. 소방헬기 3대의 그날 운항에는 약 3000만 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국감 기간의 금요일이면 제주도엔 금배지들이 번쩍인다. 10월 셋째 금요일인 어제는 교육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 40여 명이 ‘현장 국감’을 하러 제주도에 갔다. 다음 주 금요일인 27일엔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제주 도청과 도경 국감을 위해 제주도에 간다. 금요일 하루 ‘국감’을 하고 나면 ‘남국의 주말’이 기다린다.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을 감사하는 것이 국감이다. 유신 때는 국정 수행의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국정감사권이 폐지됐다. 5공화국 헌법도 국정조사권만 인정했으나 1988년 6공화국 헌법에서 부활됐다. ‘국감을 해 봐야 금배지의 위력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국감은 의원들이 막강한 권한을 입증하는 기회로 활용된다. 피감기관이 대충 넘어가는 ‘물 감사’를 받기 위해 제공한 향응에 취한 의원들이 사고를 치는 일도 잦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워싱턴, 주말에는 지역구에서 주로 활동한다. 워싱턴에서의 의원 활동은 하루 일정이 10분이나 15분 단위로 빈틈없이 짜여 수험생보다도 바쁘다. 미 의원은 그야말로 전문적인 직업정치인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의원님들은 국감을 가을 야유회를 가듯이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국민이 의원들을 ‘특권 누리는 한량(閑良)’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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