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기간의 금요일이면 제주도엔 금배지들이 번쩍인다. 10월 셋째 금요일인 어제는 교육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 40여 명이 ‘현장 국감’을 하러 제주도에 갔다. 다음 주 금요일인 27일엔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제주 도청과 도경 국감을 위해 제주도에 간다. 금요일 하루 ‘국감’을 하고 나면 ‘남국의 주말’이 기다린다.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을 감사하는 것이 국감이다. 유신 때는 국정 수행의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국정감사권이 폐지됐다. 5공화국 헌법도 국정조사권만 인정했으나 1988년 6공화국 헌법에서 부활됐다. ‘국감을 해 봐야 금배지의 위력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국감은 의원들이 막강한 권한을 입증하는 기회로 활용된다. 피감기관이 대충 넘어가는 ‘물 감사’를 받기 위해 제공한 향응에 취한 의원들이 사고를 치는 일도 잦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워싱턴, 주말에는 지역구에서 주로 활동한다. 워싱턴에서의 의원 활동은 하루 일정이 10분이나 15분 단위로 빈틈없이 짜여 수험생보다도 바쁘다. 미 의원은 그야말로 전문적인 직업정치인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의원님들은 국감을 가을 야유회를 가듯이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국민이 의원들을 ‘특권 누리는 한량(閑良)’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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