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협상 자체를 북한 핵사태가 진정된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경제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4차 협상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 돌입
지난달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열린 3차 협상 당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4차 협상부턴 ‘배지기’ 등 본격적인 기술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 자동차 섬유 의약품 등 양국의 견해가 날카롭게 대립되는 분야의 협상이 지금까지는 ‘샅바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획기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협상은 대부분 막판에 주고받기 식 ‘딜’에 의해 타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양국은 12월 마지막 5차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양국 협상단은 핵심 쟁점은 미뤄놓고 의견 조율이 쉬운 부분부터 먼저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4차 협상에서는 상품에 대한 관세 양허안의 골격을 잡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이를 통해 5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 타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의약품 협상팀은 18일 미국 측과 한 차례 화상회의를 했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연내에 시행한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하는 데 그쳤다.
또 배기량 기준 세금 부과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문과 관세 철폐시기를 놓고 대립 중인 섬유 부문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꼬이는 개성공단 문제
한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내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의 2차 핵실험 전망이 나오고 있는 터라 한국 정부의 입지는 극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 온 미국 측이 한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여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한국 협상단 관계자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가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되 향후 동향과 추이를 면밀히 살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 한국 “쌀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겠다”
쌀 개방 문제에 대해선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이 얘기도 꺼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박해상 농림부 차관은 “4차 협상에서 수입 급증에 대비해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도입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 등 구체적인 방안을 이미 미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선 또 3차 협상 때 논의되지 않았던 축산물과 과실 및 채소류 등 일부 민감 품목에 대해서도 줄다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측은 구체적인 품목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농가나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품목을 중심으로 농산물 분야 관세 폐지 계획을 일부 조정했다”고 밝혔다.
‘감귤의 고장’에서 협상이 열리는 만큼 현재 50%의 관세가 붙는 미국산 오렌지에 대해 관세율을 조정하는 문제가 협상장 안팎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