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긴' 북한, 추가 핵실험 '언급회피'

  • 입력 2006년 10월 22일 16시 16분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시각차를 드러내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추가 핵실험 자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북한은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이 19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북핵 사태에 대한 '공'을 중국에 넘긴 뒤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탕-김 회동에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다음날인 20일 김일성광장에서 평양시민과 군인 등 10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평양시 군민대회를 개최, '군사·과학 강국'을 강조하며 단결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방북 직후 중국 탕 국무위원은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방북 보따리'를 풀었고,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은 중국의 전갈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어 김 국방위원장이 미국에 넘긴 '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으나 북한은 진위를 가릴 만한 '재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21일 방북 취재 중인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실험을 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추가 핵실험 얘기는 다른 사람들이 한 것"이라고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을 뿐이다.

북한 언론매체들도 연일 '자주성을 지키는 선군(先軍)'을 강조하며 "미국이 1994년 핵관련 기본합의를 파괴했다"거나 "한미간 합동 군사훈련은 북한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적대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동시에 대응 의지를 표명하며 '반미 대결전'에서의 승리를 위한 주민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제재에 대응한 내부 단결을 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행보를 관망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적어도 '지금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탕 위원을 통해 전달한 뒤 미국의 반응 등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향후 정세 전개에 따른 다양한 추가 조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