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미 양국은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상품과 농업, 섬유 등 12개 분야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은 상품 분야에서 3차 협상 때보다 관세 폐지 대상을 늘리고 시기를 앞당긴 수정 개방안을 내놓았지만 한국 측은 이를 거부했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국이 자동차부품 등 90여 개 품목을 관세 폐지 예외 품목인 ‘기타’에서 ‘10년 내 폐지’로 변경했지만 10년도 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상품 분야 협상은 오전 회의 도중 중단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오후 브리핑에서 “내년 초 타결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계속 ‘연내 타결’ 목표를 밝혀 왔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지금까지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앞으로 상품 분야에서 미국 수석대표와의 단독 면담 등 소규모 그룹 접촉을 통한 의견 조율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이 한미 FTA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분위기도 감지됐다.
커틀러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생각을 확실히 하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양국은 농업 분야에서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저율(低率)할당관세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는 12월 5차 협상 전에 수정된 통합 협정문을 작성하고 개방안도 수정해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집회와 기자회견도 잇달아 열렸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대표자 20여 명은 오전 9시 반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 수산업 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어선 40척으로 모슬포 앞바다에서 1시간가량 해상 시위를 벌였고 이날 오후에는 서귀포시 중문 삼거리에서 7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 4차 협상 저지를 위한 제주도 농축수산인 대회’가 열렸다.
서귀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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