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취해야 할 최우선 조치는 ‘북한의 안정’이지 제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군사개입 의무 대상 아니다”=학자들이 모인 비밀 토론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북-중 우호 조약’의 해석이다.
1961년 7월 11일 김일성 북한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베이징에서 서명해 9월 10일 발효된 이 조약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조약 체결국 중 한쪽이 무력으로 침략을 받으면 다른 쪽은 즉각 전력을 다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반드시 제공한다’고 명시한 본문 2조. 원문대로만 해석하면 유엔이 대북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은 북한을 도와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은 토론을 벌인 끝에 “만약 북한이 스스로 잘못을 범해 군사제재를 받으면 중국이 자동개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의 북-중 관계=북한 핵실험 이후 양국관계는 한마디로 ‘외송내긴(外松內緊)’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긴장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60년 가까이 ‘형제관계’를 유지해 온 양국관계가 핵문제로 하루아침에 변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과 같은 관계로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명확한 원칙을 북한이 고의적으로 깨 버렸기 때문이다.
양국관계가 회복되려면 북한이 핵실험의 잘못을 인정한 뒤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보장해야 한다는 것.
양국관계의 변화는 단순히 핵실험 위기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양국관계가 삐걱거리게 된 근본적 원인은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발전해 가는 데 비해 북한은 계속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대북제재는 어떻게=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지, 결코 북한 정권이나 주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특히 북한의 핵개발 반대가 국가이기주의나 ‘혈맹’을 배반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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