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핵실험으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이 남한 지역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크세논이 검출된 장소와 시점, 크세논의 양 등 모든 내용을 ‘안보사항’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 방사성 물질 검출 발표 과정
과기부는 이날 오후 6시 15분경 보도자료를 냈다. 북한이 9일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우리 정부 차원에서 공식확인한다는 짤막한 내용이었다.
그 근거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자체 수집한 지진파 분석 △국내에서 모은 대기 중에서 핵실험과 관련된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이 검출된 점 △미국이 우리 측에 공식통보한 방사성 물질 탐지결과 등을 들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크세논이 검출됐는지, 인체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 국민이 궁금해할 내용에 대해 과기부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또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방사성 물질 탐지결과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 외에 어떤 내용도 ‘안보사항’이어서 말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과기부는 홍보관리관 외에 어떤 공무원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코멘트하지 못하도록 ‘입단속’을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9일에는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과기부로 발표 창구가 옮겨진 점도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발표가 없었다”면서 “그동안 정부 내에서 언제, 어느 부처가 공식발표를 할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결과 과기부가 최종 발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과기부로 발표 창구가 바뀐 경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 현재로서는 피해 여부 판단 어려워
정부가 남한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이 검출됐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현 상태에서 인체에 피해가 있을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크세논은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미량만 존재한다. 하지만 핵실험을 하면 인근 지역에서는 수십만 배 이상으로 늘어나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하게 된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열 교수는 “크세논은 다른 물질과 화학작용을 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크세논에 노출되면 코를 통해 호흡기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크세논은 핵실험을 한 지 2∼3일이 지나면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된다”면서 “측정시점과 양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크세논은 어떻게 검출하나
대기 중에서 크세논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핵실험 인근 지역에서 공기를 채집해 영하 50도 이하로 온도를 낮춘 뒤 특수 필터(탄소 필터)를 통과시킨다.
산소나 질소 등 공기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은 가벼워 빠져나가고 무거운 크세논은 필터에 달라붙게 된다.
크세논 이외에 크립톤,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검출하면 핵실험에 사용된 원료가 플루토늄인지 우라늄인지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다른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아 현재로서는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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