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이후 세 차례 재·보선에서 ‘0 대 31’의 참담한 기록을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함으로써 당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열린우리당 어디로 가나=열린우리당에선 당장 재창당 얘기가 나왔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저녁 완패가 확정된 후 기자들에게 “곧 재창당의 기조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의 재창당 언급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근본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당내에 이론이 없다. 문제는 방향과 내용이다. 사람마다 계파마다 생각이 제각각이다.
이 위원장은 재창당을 하더라도 현재의 김근태 의장 체제가 그 작업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부겸 의원은 “당장 지도부 거취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며 “26일 임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지도부 거취 문제부터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책임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선거를 앞두고 개성공단 방문을 강행해 춤 파문을 빚었던 김 의장 등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리더십은 이젠 발휘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도 이 점을 모르지 않는 듯하다. 그는 거취를 포함한 당의 진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갈등 조짐도 있다. 김부겸 의원은 “정계개편 논의가 가속화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존치를 전제로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정계개편이 열린우리당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태도다.
당내에는 여당으로서의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당을 비롯한 비(非)한나라당 세력과 ‘헤쳐모여식’ 통합을 해야 한다는 흐름, ‘진보적 실용주의’ 노선 아래 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모색해야 한다는 친노(親盧)그룹의 주장 등이 혼재돼 있다.
이 가운데 초·재선 의원들이 뭉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소속 의원들과 일부 재선 의원은 이날 밤 회동해 △재·보선 결과를 지도부 거취와 연결시켜서는 안 되며 △내년 1월 전당대회 개최를 비롯한 정치일정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우위를 재확인했다며 정계개편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호남 석권을 노렸던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전남 화순군수, 신안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한편 무소속 전완준 화순군수 당선자는 불명예 퇴진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전형준 전 군수의 친동생이다.
▽한나라당 “호남 득표, 기대만큼은 아니지만…”=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호남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강재섭 대표 등 당직자들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호남을 찾았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이렇게 정성을 쏟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내년 대선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서 거의 ‘0’에 가깝던 당 후보의 득표율이 이번에 7∼8%대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다른 지역에서 의석 몇 개를 건진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 10%대의 득표율을 기대했던 목표치와는 거리가 있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나라당은 호남 다가서기 행보에 더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영호남 연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계개편이 본격화할 경우 민주당과 공조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그러나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선전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후보를 잘못 낼 경우 전통 지지층도 하루아침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은 당에 적지 않은 교훈을 안겨 줬다는 평가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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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49) △제물포고 △연세대 신학과 △통일민주당 인천시지구당 부위원장 △민주자유당 중앙상무위원 △15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한나라당 중앙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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