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국제형사기구)은 이런 이유에서 올 6월 각국 경찰에 북한산 위조지폐(수퍼노트)의 정보를 전달하고 달러 위조를 막기 위해 '오렌지 경보'를 국제사회에 발령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비밀검찰국(Secret Service)은 이날 발표한 '해외 달러위조 및 사용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북한이 계속 구입한 인쇄용품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는 북한의 불법행위는 달러위조 자체와 위조 달러·마약·가짜 담배·미사일 등 불법거래에서 얻은 수익을 돈세탁한 은행조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러 위조=미 당국은 "북한 정부가 개입해 달러를 위조했다"는 확신을 오래 전부터 품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위조달러의 해외유통을 맡았던 대만의 폭력조직원 수십 명을 미 뉴저지 주에서 체포할 때 북한인 1, 2명도 검거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올 7월 말 인터뷰에서 "당시 체포된 북한인은 수사에 협조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달러 이외에 일본 엔, 중국 위안, 태국 바트화 위조혐의도 받고 있다.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44개국 외교관을 초청해 위조지폐 설명회를 갖고, 문제가 된 BDA 은행에서 촬영한 북한 정부인사의 위조달러 예치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었다.
이런 탓에 중국 중앙은행은 올 4월 자국은행에게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북한산 위조지폐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문(advisory)을 내기도 했다.
북한의 제조현장 적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위조달러 수사는 유통조직 적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조사 진행상황=지난해 9월 BDA 은행이 '돈세탁 우선 우려'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북한을 겨냥한 금융압박이 시작됐다. 마약, 가짜담배를 판 대금이 이 은행에 예치된 뒤 돈세탁을 거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인다고 미국은 판단했다.
이에 북한은 "제재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나올 수 없다"며 핵협상을 거부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을 만났을 때 "언제 조사가 끝나느냐"며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의 관심은 BDA 자금 흐름 조사와 BDA에 연결된 전 세계 대량살상무기(WMD) 거래망 파악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본보에 "BDA 조사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상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무부가 수사 진행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재무부 고위인사에게 BDA 문제를 물으면 '아직 멀었다'는 답을 듣게 된다"고 했다. 재무부의 관심은 두 번째의 '큰 그림' 조사다. 한국 정부당국자는 "BDA 은행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 은행과 연결된 제3국 은행의 계좌들이 발견되고 있다. 조사가 확대될 여지가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BDA 은행에서 관리하던 통치자금의 일부를 싱가포르의 ○은행으로 옮겨놓은 것이 미 당국에 확인되기도 했다.
범위가 무한정일 수 있는 수사 규모 때문에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며 6자회담 재개를 지연시킨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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