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名品 신도시’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0분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경솔한 언행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추가 신도시로 꼽힌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기방지 대책 없는 ‘불쑥 발표’로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을 더욱 들쑤셔 버렸기 때문이다. 건교부의 주먹구구식 예상과는 달리 신도시 발표 후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집값도 가파른 오름세다.

▷그럼 이번 신도시 효과로 수도권 집값이 중장기적으론 안정될까. 일각에서는 “5, 6년 후에야 분양되는 신도시로는 당장 오르는 집값을 못 잡는다”고 예측한다. 물론 신도시 개발이 눈앞의 실수요 충족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도시 발표에는 집값의 중장기적 상승을 노린 투기적 수요(가수요)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공급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신도시 개발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관심의 초점은 ‘신도시가 과연 서울 강남의 대체재가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교육 문화 의료 환경 등 기반시설을 고루 갖춰 ‘강남 명품론’을 잠재울 만한 ‘명품 신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데 2시간씩 걸려선 안 된다. 어정쩡한 신도시는 강남의 희소가치만 높인다. 매력 없는 신도시는 자칫 공급 과잉만 낳을 수도 있다. 서울에서 50∼60km 이상 떨어진 외곽 도시에서는 지금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으며 미분양이 넘쳐난다.

▷정책이 시장과 따로 놀아서는 효험이 없다.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수요가 있는 곳에 품질 좋은 주택을 지어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가까운 수도권 남부지역이 가장 좋은 후보지다. 경기 과천, 안양, 하남, 광주와 성남의 서울공항 등에서 토지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수도권에서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용적률을 완화해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제 이런 얘기에도 귀 기울일 때가 됐다. 물론 개발 이익만을 노린 난(亂)개발이 되지 않도록 보완 대책을 병행하는 것도 필수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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