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심회 통해 대선개입시도]“야당 유력주자에 접근하라”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1분


공안 당국이 수사하고 있는 ‘일심회’ 사건의 파장이 민주노동당 일부 인사가 연루됐다는 것을 넘어서서 정치권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 북한은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44·구속) 씨와 일심회를 통해 국내 정치권의 동향을 파악하고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정치에 직접 개입하려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

▽국내 정치 개입 어떻게 시도했나=북측은 올해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자 민노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1·구속) 씨를 통해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을 지원하게 함으로써 ‘반(反)한나라당’ 전선이 구축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공조를 꾀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 씨는 “내가 그런 일을 추진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5·31지방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영남지역에서 민노당과 공조하자는 얘기가 있었으나 이뤄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도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등장했다. 최 씨가 해임건의안에 민노당이 반대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건을 장 씨에게 보고했다는 것. 당시 윤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반대로 부결 처리됐다.

여기에 공안 당국은 2004년 4월 총선 전 북한이 손정목(42·구속) 씨를 통해 최 씨에게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노당 인물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혀 총선에도 북한이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공안 당국은 총선 때 토론회 등에서 한나라당의 반북성, 친미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일심회 회원들을 통해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정보를 수집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장 씨와 일심회를 통해 민노당은 물론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응 및 분위기를 수집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선에도 개입 시도?=공안 당국은 2007년 말 치러질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대외연락부 간부가 일심회 조직원에게 유력한 야당의 대선주자에 접근해보라는 모종의 지시를 내린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에게서 압수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올해 초 중국 베이징(北京) 비밀아지트에서 이 같은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 이는 암호문 형태로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은 아직까지는 정확한 지령의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차기 대선에 개입하려 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1997년 대선 당시의 ‘북풍(北風) 사건’과 맞먹는 파문이 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심회 사건 연루자들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단식투쟁으로 맞서면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28일 구속된 최 씨 등 일부 연루자는 공안 당국의 조사에 반발해 식사를 거부하고 주스 등만 마시고 있다.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장민호 씨는 며칠 전부터 추가 연루자 부분에 대해선 수사에 응하지 않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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