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처럼 명백하게 남북해운합의서를 어긴, 이런 일이 올해에만 22차례나 발생했지만 해경은 무사 태만이었다. 적발 의지 부족도 문제이지만 남북해운합의서가 기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선박 4척 중 1척 위치 파악 못해=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해양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영해를 통과하는 북한 선박과 통신에 성공한 303건 중 북한 선박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건수가 71건으로 23.4%였다. 우리 영해를 지나가는 북한 선박 4척 중 1척꼴로 해경이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또 김 의원이 29일 해양수산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한 선박은 우리 영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항해에 위험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북한 선박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북한은 단 한 차례도 북한 영해를 지나는 우리 선박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북해운합의서 부속합의서 제2조 4항에는 ‘남과 북은 자기 측 해역 내에서 운항 중인 상대측 선박에 초단파무선전화(VHF), 해상교통문자방송(NAVTEX) 또는 항행통보를 통하여 해상 안전정보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남한만 일방적으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한계 드러낸 남북해운합의서=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지 않아도 남북해운합의서를 통해 한국 영해를 지나는 북측 선박을 검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른 검색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북해운합의서가 발효된 지난해 8월 이후 남한 영해를 거쳐 간 북한 선박 140여 척 중 명백한 합의서 위반 선박을 포함해 15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검색한 실적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 해경의 통신에 응답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잦은데도 해경은 일부 북한 선박에 대해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남북해운합의서가 북한의 무기 수송 등에도 무방비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해경, 대테러 검색 보호 장비 한 세트도 없어=김 의원이 한국이 PSI에 참여할 경우 필요한 장비 보유 현황에 대해 해경에 자료를 요청한 결과 해경은 대테러 개인·공용 장비로 필요한 208세트 중 78세트만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자료에 따르면 개인장비는 권총, 야간투시 안경 등 102세트가 필요하지만 76세트만 있으며 저격수 소총, 섬광폭음탄, 습격 사다리 등 공용장비는 4세트 중 2세트, 무릎보호대, 진압용 방패 등 보호장비는 102세트가 필요하지만 한 세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대테러 장비들은 PSI에 참여할 경우뿐만 아니라 북한의 화물 검색 등에도 꼭 필요한 것”이라며 “정부의 안이한 안보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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