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지 충돌땐 내년 1%대 바닥 성장”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1분


《한국경제가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져드는 듯한 조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내수 위축과 원화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고유가에 북한 핵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성장률 △국제수지 △투자 △수출 △물가 등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위험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국지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국지적 충돌’땐 성장률 급락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북한 핵실험 이후의 시나리오와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 간 국지적 충돌이 발생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이후 예상되는 불협화음 정도의 ‘기본 시나리오’라면 내년 성장률은 3.8%로 전망되지만 남북한 국지적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 악화 시나리오’라면 1.9%로 급락할 것”이라고 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북한과의 불협화음으로 소비,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내수 부진, 자본 유입 둔화 등이 초래되는 상황이다.

상황 악화 시나리오는 남북 간 무력 충돌로 국가신용등급이 투자 적격 이하로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

지금까지 민간 연구소나 국책 연구소가 발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북한 핵실험 변수를 반영하지 않아 대부분 4%대였다. 북한 핵실험을 반영한 내년 전망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경상-자본수지 동반 적자 가능성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외국인이 국내에 공장을 짓거나,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지분을 10% 이상 사들이기 위해 들여온 직접 투자액은 7억877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4억1910만 달러)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반해 내국인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49억705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3억2140만 달러)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온 돈보다 내국인이 외국에 투자 목적으로 갖고 나간 돈이 많아 사실상 41억8280만 달러가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증권(주식+채권) 투자 분야도 해외로 나간 돈이 더 많았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면서 올해 1∼9월 29억5600만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 기간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사기 위해 171억7980만 달러를 외국으로 갖고 나가 증권투자 수지가 201억358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단기 해외차입금이 많아 자본수지가 흑자를 내겠지만 내년에는 외국인 직접 투자가 늘지 않는 대신 외환 자유화로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경상수지와 함께 자본수지도 동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수출과 국제유가 불안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내놓은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대일 수출업체 애로’ 조사보고서를통해 원-엔 환율 하락에 따라 일본 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 관계에 있는 부품류와 농수산물 등에서는 수출을 중단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신승관 연구위원은 “일부 업체는 환율 하락과 더불어 유가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며 “일본시장 유지를 위해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국제유가 하락 지속될 것인가’ 보고서에서 “장기적 수급 불균형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 중동 정세 불안 등 유가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며 “배럴당 85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오르면 3차 ‘오일 쇼크’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 물가와 공공요금도 들썩

국내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철도와 우편,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른다. 2003년 이후 동결됐던 철도요금이 다음 달부터 KTX 9.5%, 새마을호 8%, 무궁화호 9%, 통근열차 8%, 화물열차 10% 등 평균 9.3% 오른다.

국내 우편요금도 다음 달 규격우편은 5g 이하 190원→220원, 5g 초과 25g까지 220원→250원, 25g 초과 50g까지 240원→270원, 비규격 우편은 50g까지 310원→340원 등으로 오른다.

담뱃값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다음 달 6일 담뱃값 인상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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