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로 서로 다른 e메일 주소를 @korea.kr로 일원화하고 개인당 e메일 용량을 1GB(기가바이트)로 확충하는 사업이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새 e메일에 등록한 공무원은 모두 3만2000여 명. 시스템을 관리하는 국정홍보처는 내년까지 10만 명 수준으로 사용자를 늘릴 계획이다.
국정홍보처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공무원 1인당 e메일 용량이 20MB(메가바이트)밖에 안 돼 업무에 불편한 점이 많다”며 ‘업무 혁신’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무원이 10만 명이나 된다니, 36억 원은 그리 큰 비용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지금 쓰는 e메일에 무슨 문제가 있어 혁신을 한다는 것인지 공무원들도 잘 납득하지 못한다. 11개 부처의 공동 서버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 부내정보화팀 담당자조차 “현재의 e메일에 별로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행자부 서버는 개인별 e메일 용량을 제한하지 않고 수신 후 15일이 지나면 자동 삭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보관이 필요한 e메일은 e메일함 내에 ‘개인우편함’을 만들어 영구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이 없다는 것이 부내정보화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체 서버 e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국무조정실(@opc.go.kr)은 개인당 100MB씩을 할당 받고 있다. 또 공무원 대부분은 자기 부처 서버 외에 민간 포털사이트에도 e메일 계정 두세 개는 갖고 있다. 용량이 큰 동영상이나 자료는 대개 웹하드를 이용해 주고받는다.
어떤 공무원들이 e메일 용량 탓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메일 용량이 적어서 업무와 혁신을 못한다”는 공무원은 본 적이 없다.
200조 원이 넘는 정부 1년 예산 중 ‘겨우 36억 원’ 갖고 뭘 그러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써도 된다는 얘기는 성립될 수 없다. 민간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사업을 ‘혁신’ 운운하며 시행하는 그 발상은 ‘내 돈 아니니 맘대로 쓰고 보자’는 심보가 아닌가.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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