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가방문' 민노당 지도부 방북행적 논란

  • 입력 2006년 11월 2일 15시 51분


평양을 방문중인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방북 첫날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가를 방문한 사실이 북한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 사정상 방북 소식을 하루 지난 뒤 서울에 알려오고 있는 민노당 방북단이 1일 브리핑을 통해 전날 일정을 소개하면서 조선 사민당과의 만찬 사실만 전하고 김 주석 생가인 '만경대' 방문 사실은 알리지 않은 것.

누락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핵실험과 '간첩단 수사' 파문 속에 '고의적 은폐'가 아니냐는 의구심에 빌미를 제공하고 만 셈이다.

민노당은 "이유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의도적으로 숨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정당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비판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만경대 방문 자체를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일 "민노당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사절단으로 방북한다더니 김일성 생가부터 방문한 저의가 무엇이냐"며 "방북활동을 브리핑하면서 만경대 방북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을 은폐하려 한 이유가 국민의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또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햇볕정책'의 원조인 민주당의 이상열 대변인도 "김일성 생가 방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유보적이었다. 우상호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현 시기에 만경대를 방문한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평양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통상 들르는 코스"라고 말했다. 또 생가 방문 누락에 대해선 "정확한 경위를 모른다"며 논평을 자제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나라당과 공안당국, 일부 보수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강력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민노당은 우선 이번 간첩의혹 수사를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한 김승규 국정원장을 구속자 가족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노당은 소장에서 김 원장이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금지,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국정원직원법상 비밀엄수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 원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했으며 일부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허위보도 및 인권 침해,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를 했다"며 내주 중 언론중재위 제소와 손배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당에 대한 극우언론의 악의적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며 "당이 추가 핵실험 반대 입장을 북한에 명확히 전달하고 있고, 만경대는 의례적 관광코스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도 갔던 곳인데 유독 민노당에 대해서만 악의적 색깔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호진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영순 의원단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 황우여 사무총장이 민노당의 한나라당 의원 제소 방침에 '맞제소'를 시사한 것과 관련, "기본적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폄하, 왜곡을 일삼는 것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민노당 방북단은 방북 둘째 날인 1일 조선사민당 김영대 중앙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신경전을 벌인 끝에 핵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성현 대표는 모두발언 격인 '공식 회담 제안문'에서 이번 회담의 목적을 '한반도 비핵화와 전쟁을 막기 위한 양당의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 위함'으로 규정하고 "민노당과 조선사민당은 평화와 자주통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 부대변인은 전했다.

권영길 의원단 대표도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인데 지금 그 원칙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노회찬 의원은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이 조성됐고 남녘 동포들은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남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영대 위원장은 "민노당이 우리의 핵시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는데 이에 우리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웃으며 말했다고 정 부대변인은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