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합의 이후, 전문가 진단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 핵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1, 2, 3차 6자회담에 참여한 바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 핵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1, 2, 3차 6자회담에 참여한 바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내 북-미 관계 최고 권위자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내 북-미 관계 최고 권위자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트로브 “말바꾸기 잘하는 北연극 눈에 선해”▼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은 단 한번도 핵무기 포기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고, 미국도 북한의 선(先)핵 포기만 염두에 둘 뿐 협상의 의지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을 재개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하다시피 말했다.

그는 북-미 양국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 재개 원칙에 합의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기자와 만나 “미국과 북한이 모두 속셈과 대외적으로 발표한 게 다르지만 그런 차이가 언론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바람에 기대가 생기는 것”이라며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 깊은 회의감을 표시했다.

직업외교관이었던 그는 한국과장(2002∼2004년) 일본과장(2004∼2006년)을 거쳐 올 5월 국무부를 떠났다. 지금은 존스홉킨스대 외교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과장으로 2차 북한 핵 위기의 시발점이 된 2002년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때 동행했고 2003∼2004년 열린 1, 2, 3차 6자회담의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직접 만나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단 한순간도 핵 포기를 시사한 적이 없었다”며 “회담 때마다 전임자의 말을 뒤집었고, 이전 회담의 공식 방침을 부정했다”고 말했다. 단적인 사례가 2004년 2월 열린 2차 회담 때의 일. 당시 김 부상은 북-미 양자접촉에서 2시간 가까이 장광설을 늘어놓다 “북한은 핵무기가 없다”고 말했다. 켈리 차관보가 1년 전 이근 외무성 미국 부국장이 “핵무기가 있으며, 외부에 유출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김 부상은 “그건 전술상 그랬지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31일 베이징 3자 접촉에 대해서도 “7시간이나 걸렸다고 하지만 북한 관리들이 고민하는 척하고, 본국의 훈령을 성실하게 기다리는 척하며 외교적 연극행위를 하느라 길어졌을 것이다. 안 봐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금과옥조로 삼는 지난해 4차 회담 때의 ‘9·19 베이징 합의’도 평가 절하했다. “절차 및 타임테이블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그저 아이디어와 희망을 뒤섞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북한이 리비아식으로 핵을 포기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된 북-미 간 협상을 지지하지만,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북한을 혐오(distaste)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아서 타협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스인훙 교수 “北절대 핵포기 안해 6자회담 험난”▼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한 것은 날로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책략으로 보입니다.”

중국 최고의 북핵(北核) 전문가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일 북한 중국 미국의 6자회담 재개 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하겠다는 기본 정책에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설령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앞길이 전보다 훨씬 불투명한 상태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음은 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금융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던 북한이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다. 무엇 때문인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한 것은 최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해상저지 훈련이 실시되는 등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 및 금융 제재에 따른 고통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를 타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양보하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는데….

“북한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같이 말해왔으므로 신뢰하기 어렵다. 시간을 벌면서 핵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핵문제가 타결될 희망이 별로 없다는 말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하겠다는 기본 정책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의 최종 목적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있다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 이번 합의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인가.

“이번 합의는 한반도 주변의 과도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현재 직면한 군사충돌의 가능성을 줄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한국 중국 미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으로 보나.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대북 제재의 수위 조절 문제로 형성된 갈등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이를 기회삼아 더욱 온건한 대북정책을 펴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된 결의를 예정대로 수행하려 할 것이다. 특히 PSI의 실행 방법을 놓고 갈등이 커질 것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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