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오늘날 모습이 대체로 이렇다. 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진로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는 얘기만 주고받다가 결론은 정기국회 이후로 미뤘다.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성하지만 당을 해체하거나 보수할 만한 힘조차 없다는 게 많은 열린우리당 의원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이날 의총 결과 브리핑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는 국민생활 관련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정계개편과 관련해서는 질서 있고 깊이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내에는 1일 개각 발표 과정에서 당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됐다고 해서 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던 사람도 있었고,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간의 노골적인 감정 싸움도 있었다.
의총에 앞서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지도부는 비대위 아래 통합신당을 논의할 특별기구를 두기로 했고 김근태 의장은 의총에서 이를 정식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뒤이어 발언에 나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당내 충분한 논의 없이 기구를 만들면 부작용이 더 많다”며 “일단 비대위가 깊이 있는 논의를 하자”고 이의를 제기하자 김 의장은 특별기구 설치 제안을 취소했고, 의원들이 이에 박수로 동의를 표시하고 종료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의원들 간에 서로 싸우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총이 끝난 뒤 다시 뒷공론이 무성하게 나오는 것을 보면 의총에서 어떤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당내 다수를 점하는 통합신당파에서는 최소한 정계개편 논의를 추진할 수임기구 결성에는 합의했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상경 의원은 “논의 기구를 만들지 않으면서 어떻게 책임 있는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우원식 사무부총장도 “정계개편 논의는 질질 끌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돌아앉기만 하면 불평불만을 터뜨리면서도 공론의 장에서는 아무 결정도 못 하는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행태 자체가 열린우리당의 희망 없는 미래를 보여 준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 의원은 “솔직히 지금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된 여당도 아니고 정권 재창출의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같은 것도 아니고 무슨 미래가 있느냐”며 “단지 흩어지면 처지가 더 나빠질 것 같으니 한 군데 뭉쳐 있을 뿐”이라고 탄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