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 총리의 창당선언은 ‘대선주자 여론지지도 3위 고착화 조짐’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15.9%로 추락했다. 이는 이 전 시장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수치다.
더구나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어정쩡한 스탠스’가 꼽혔다. 8월 말 ‘희망한국국민연대’라는 판을 벌여놓고도 정작 자신은 ‘아직 정치하는 것은 아니다’는 태도를 취하는 식이다.
그런 모호함에 대해 측근에서부터 문제 제기가 속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자문그룹 회의에서 한 전직 민주당 의원은 “말을 끌고 갈 것이냐, 그냥 탈 것이냐의 문제인데 지금까지 준비된 말을 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신당 창당의 다급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임승차’라는 비판도 감안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내 인사들이 주도하는 통합신당에 ‘외부선장’으로 올라타려 한다는 의혹을 확실히 불식시켜 정계개편 주도권 장악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고 전 총리 측은 “고 전 총리가 통합신당의 한 후보로 등장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정계개편이 고 전 총리의 의도와 방향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고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의 닻을 올렸다고 해서 당장 현역 의원들이 고건호(號)로 이동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맞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 지금으로서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철새’란 비판을 감수하고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친(親)고건 그룹에서부터 “이미 대세를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란 말이 나온다. 최대 관건은 이미 절반 가까이 빠진 여론 지지도를 창당 이전까지 만회할 수 있느냐다.
지지도가 오른다 해도 합류할 현역 의원을 얼마나 결집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과거 대선 전에 창당됐던 이인제 신당과 정몽준 신당 창당 때도 현역 의원이 많이 몰리지 않았다. 원내 교섭단체(20명) 구성마저 어려울 경우 기존 정치권의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엽편주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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