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문가들은 “이 인력은 1993년부터 북한에서 외국 근로를 자원해 러시아에서 노동 허가를 받고 일한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강제노역 세대와는 구분된다”며 이들을 ‘3세대’ 북한 송출 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2일 연해주 정부에 따르면 북한의 석유 수입액은 2001년 6만2000달러에서 지난해 440만 달러로 늘어났다. 러시아가 생산하는 우랄산(産) 원유 수출 가격이 이 기간에 35% 오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연해주에서 수입한 석유 물량은 46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연해주는 연방정부를 통해 석유를 수출하는 대신 현금 결제 능력이 부족한 북한으로부터 대규모의 노동력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팀이 연해주 정부에 확인한 결과 북한은 노동자 송출 규모를 지난해 말 3320명에서 올해 현재 5000명으로 늘렸다. 1993년 연해주 통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북한 노동자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이다.
연해주 정부는 러시아로 송출하는 인력 규모를 해마다 늘려 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러시아 민간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해주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러시아인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노동허가서 발급을 제한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 노동자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 문제를 15년간 연구한 라리사 자브롭스카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1990년대부터 만성적인 무역 적자에 따른 수입 대금을 갚기 위한 조치로 대규모 인력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에 러시아로 들어간 북한 노동자 대부분은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했으나 최근에는 건축업 농업 수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연해주 주택 건설 현장 주변에서 집단으로 숙식하며 하루 16, 17시간씩 일하고 있어 러시아에서는 ‘달빛 노동자(Moonlight Worker)’로 불리고 있다.
연해주 현지 러시아인은 “북한 노동자들이 입국한 뒤 일자리를 구할 때 북한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며 환전할 때도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이 공사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해도 보상을 받기는커녕 120∼130달러(11만4000∼12만3500원)에 불과한 월급마저 노동력 손실을 구실로 크게 깎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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