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과 ‘386 간첩단 의혹 일심회 사건’ 파문 속에 북핵 사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오겠다며 강행한 방북에서 이렇다할 성과는커녕 오히려 행적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일방적 홍보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평양에 도착한 민노당 방북단이 지금까지 전해온 소식은 초청자인 조선사회민주당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하고 조선사민당 당사와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유리공장 등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당초 민노당의 방북 목적인 북핵 사태에 대한 우려 전달은 1일 조선사민당과의 1차 실무접촉에서 문성현 대표가 모두 발언 때 “민노당은 핵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고 언급한 게 전부다.
그러나 김영대 조선사민당 중앙위원장이 문 대표의 말을 끊고 “핵실험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미 대결관계에서 나온 것이지 다른 곳을 겨냥하지는 않는다”며 거꾸로 민노당에 유감을 표명했다.
정호진 민노당 부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서로 유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전해 일각에선 민노당의 유감 전달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민노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면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민노당 관계자는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은 3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도 계속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민노당 방북단의 행적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북측 요청을 받아들여 남측 기자를 동행시키지 않아 민노당 방북단의 행적은 민노당 측이 전하는 것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방북단 일원인 박용진 대변인이 당일 일정을 정리해 팩스로 민노당에 보내면 정 부대변인이 다음 날 이 내용을 브리핑하는 식이다.
특히 31일 민노당 지도부의 만경대 방문이 브리핑 과정에선 전해지지 않다가 북한 조선중앙TV 보도로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은폐’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 부대변인은 “갑자기 당일 현장에서 잡힌 일정이어서 만경대 방문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해 브리핑에서 빠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일 “민노당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사절단으로 방북한다더니 김일성 생가부터 방문한 저의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김일성 생가 방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노당은 간첩단 사건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간첩단 사건을 공개한 김승규 국정원장을 고발하고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허위 보도 및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키로 했다.
또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당 홈페이지에 “민노당과 국보법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미친개는 무지막지한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하는 법”이라며 간첩사건으로 구속된 최기영 사무부총장 등에 대해선 “언제나 민중의 해방과 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존경스러운 동지”라고 치켜세웠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