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정계개편 논의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게 좋다는 당내의 대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노 대통령이 거물급 정무특보단을 구성한 데 이어 "작은 꾀로 어떻게 1000만 명을 움직이나", "(결국)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민주당과의 통합 아니냐"는 비공식 석상의 발언까지 속속 공개되자 일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등 어려운 상황을 앞두고 대통령이 정계개편에 집착한다"고 비판한 뒤 "미래 정치를 당에 맡기고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김한길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안보·경제 위기에 집중해서 총력을 기울이는 게 좋겠다"면서 정치현안 보다는 국정 현안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당내 다수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통합신당론에 부정적 의중을 갖고 있다는 인식 하에 노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려는 분위기이지만 한편으론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이 보기에 답답하니까 그런 말을 할 수는 있겠다"며 "그러나 자꾸 그런 말을 해서 갈등을 일으키기 보다는 말을 아끼는 게 당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이제 대통령의 말은 차라리 관심 대상에서 던지고 잊어버리고 싶다"며 "당내에서도 제발 대통령의 말을 외부에 옮기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정개개편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분명해진 만큼 새판짜기 논의과정에서 당과 청와대간 대립이 불가피하겠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일단 당이 주도권 행사를 위한 구심점 형성 작업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영식 의원은 "대통령과의 관계는 일차적으로 당이 잘해야 할 문제"라며 "당의 축이 흔들리지 않고 다수 의견을 잘 모아나가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당이 주도적으로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초선모임인 처음처럼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조정식 의원도 "잘못하면 과거 회귀형 정계개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의 문제니까 당이 중심이 돼서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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