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 전 총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통합과 구애의 대상이면서도 누가 주도권을 쥐고 갈 것인가를 놓고는 3각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지역적 기반과 이념적 토대를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통합의 범위와 방향에서는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10·25 재·보선 직후부터 열린우리당 내부의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간 갈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돼 왔던 정계개편 논의는 '정답'을 점치기 힘든 고차원 방정식으로 변환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내부에서 연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방법을 찾고 있고, 민주당은 자당 주도의 정계개편을 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고건 발(發) 신당 창당 깃발이 오르는 등 세 개의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포함하면 4개 진영의 문제가 대두된 셈"이라고 말했다.
◇고건 전총리
이달 10일 사실상 대선캠프의 역할을 할 '희망연대' 사무실 개소식을 갖는 등 대권행보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세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음으로써 여당 일각의 '노무현 동승론'과는 융합하기 힘든 대립각을 세운 만큼 여야에 분포돼 있는 중도실용개혁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공을 들일 태세이다.
열린우리당내 통합신당파와 민주당, 국민중심당 일부,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권 외곽의 전문가 그룹인 '희망연대', '미래와 경제' 등을 한데 어우르기 위한 정지작업에 몰입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고 전 총리가 이 같은 집합체를 선두에서 견인할 힘과 '자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고, 지역적 기반이 겹치는 민주당의 현 지도부 역시 고 전 총리와는 경쟁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고건 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지 여부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때가 되고 명분이 쌓이면 교섭단체요건인 20명 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낙관한 반면,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고 전 총리의 지지율 하락으로 몇 십 명을 끌어낼 만한 매력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2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의 방향에 대한 결론을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 새판짜기 논의에 뚜껑을 닫아버렸다.
김근태 의장은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비상대책위가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만큼 충실히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의원과 국민 여러분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총 '합의'에도 불구, 당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사이의 명분 선점을 위한 경쟁과 물밑 세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의총에서 통합논의를 담당할 기구 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봉합함으로써 용암처럼 끓어오를 정계개편의 에너지를 흡수할 구심점을 형성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꾸준히 여당 의원들을 접촉해온 고 전 총리와 민주당 쪽에서 작용하는 원심력이 배가되면 자칫 141석을 가진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객체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당의 호남권 초선의원은 "나름대로 민주당이건 열린우리당이건 국민중심당이건 고 전 총리 쪽으로 옮겨갈 수 있는 세력들이 있을 것임은 불문가지"라며 "정기국회 중에라도 그런 움직임이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10·25 재·보선 직후 거대여당을 향해서 "반성하고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며 잔뜩 기세를 올렸던 민주당은 고 전 총리의 신당 선언이 있자 정치권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며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중심당과 여당 이탈세력 등을 묶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고 전 총리의 신당과의 경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고 전 총리 측과의 일정한 긴장관계 형성을 통해 향후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할 것으로 보이나, 당내의 적지않은 세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고 전 총리 측과 긴밀하게 대화 중이어서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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