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한명숙 국무총리가 대신 읽은 연설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반면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유엔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원론만 언급했다. 종전의 제재와 대화 병행론에서 대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느낌이 확연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난달 9일 북한 핵실험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기조와도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핵실험이 있기 전과 후의 남북관계는 분명히 다르다. 한국 정부도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렵다. 포용정책의 효용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포용정책의 한계가 드러났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그 후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을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라고 비유하며 계속 밀고 가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나아가 객관적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포용정책 고수를 강조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 측면을 고려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도 제기된다.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는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 성공을 주장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가 만나는 등 북핵문제를 통해 호남 민심을 얻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역 할거구도 해소가 과업이라던 노 대통령이 거꾸로 지역 구도에 편승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나 6년간의 대화와 교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제거와 구조적인 평화 정착의 길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핵 폐기만이 북한 핵문제의 근원적이고 최종적인 해결”이라고 밝힌 것은 미국이 북핵 폐기보다는 북핵 확산 방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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