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내 다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호남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 등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통합신당론’에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비상대책위원은 “80∼90%가 통합신당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절차와 방법만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소수이지만 반대하는 세력도 엄존한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의 이른바 개혁파 의원들과 이화영 이광재 백원우 의원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직계로 분류되는 의원, 신기남 의원 등이다.
이들이 당내 논의 과정에서 통합신당의 대세를 따를 것인지, 당 사수를 선언하며 통합신당파와 결별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정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의 노 대통령 역할 문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통합신당파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도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노출된다면 당의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며 “논의의 주도권을 당에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노 직계 등은 ‘대통령 배제’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합신당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김근태 의장 측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최근 신당 논의 주도권을 노리고 각 계파와의 활발한 접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 측은 그것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 전 의장은 천 의원과 지난주 회동해 “당의 위기에 공동 책임이 있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도 함께 노력할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혁규 의원은 이날 “국민은 당을 지금까지 끌고 온 지도부도 지겨워한다”며 “정계개편을 하는 데 이들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은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을 만들겠다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진로 문제를 담판 짓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최근 천 의원을 만나 “전당대회를 열어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법으로 누가 옳은지 겨뤄 보자”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합신당파는 조기 전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통합 신당파 의원은 “개혁당 출신들이 대의원이나 기간당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대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면 통합신당파가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당내 사정이 이처럼 복잡해 열린우리당이 ‘새 아침’을 맞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많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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