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참여’ 정치바람 타나… 불참선회 분위기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정부는 내주 중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범위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내세워 PSI 공식 참여에 반대하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등을 의식한 정부가 정책기조를 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외교정책이 국내 정치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내주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정부 조치를 통보해야 하니까 PSI 참여 여부도 함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7일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등을 만나 ‘북핵 이후 한국의 대응 조치는 우리가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겠으니 우리한테 맡겨 놓으라’고 했다”며 “PSI를 명시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으나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PSI 관련 정부 방침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으나 PSI 참가 범위를 둘러싼 정부 내 분위기는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선회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청와대가 DJ와 김근태 의장 등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정부 내에서 흘러나온다. 청와대가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PSI 정식 참여 결정이 여권 내 분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4일 DJ와 만나 “북핵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공감한 데서 PSI 문제에 대한 묵시적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PSI 문제에 대한 실무 부처의 의견을 청와대가 취합해 최종 정리하고 있는 상태”라며 “청와대가 DJ나 여당의 움직임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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