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교통장관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DJ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찾은 데 이어 7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혁신박람회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직후에 이뤄진 DJ의 이번 부산행을 두고 두 사람이 정계개편과 관련해 모종의 접점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노 대통령의 광주 방문 일정은 8월에 잡혔고 김 전 대통령의 부산 방문 일정은 지난달 확정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당들은 “정계개편 논란 속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을 교차 방문한 것 자체가 오해를 살 행동”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DJ 측 최경환 비서관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예정된 일정”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 28개국이 ‘아시아 횡단철도 연결 정부 협정식’을 하는 만큼 ‘철의 실크로드’를 제안했던 DJ가 기조연설의 적임자라는 게 초청 이유였다는 것.
이날 DJ는 ‘남북관계와 철의 실크로드’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고 여러 제재를 해제해 주었을 때 북한은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고건, 호남향한 ‘가을햇볕론’▼
고건 전 국무총리는 8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금은 엄동설한은 아니지만 서리 내리는 가을인 만큼 ‘가을햇볕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경북 안동시 안동대에서 한 특별강연에서 “엄동설한에도 햇볕이 비추듯 햇볕정책의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며 “금강산관광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치켜세운 뒤 ‘가을햇볕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대북 경협을 확대하지 않되 개성공단 사업 등은 계속하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는 무력충돌이 없도록 적절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가을햇볕전략의 내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서는 “동족이면서 적인 북한의 양면적 성격을 무시한 경직된 유화정책”이라며 “핵실험 전에는 ‘북핵이 일리가 있다’고 했다가 핵실험 직후에는 유화책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히더니 하룻밤 사이에 다시 유화정책으로 되돌아가는 등 갈팡질팡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전 총리의 가을햇볕전략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대책’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는 북한 핵실험 직후엔 “대북정책,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가을햇볕전략은 호남 지지층,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의식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전형적인 ‘고건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