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부시 독트린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제로 한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연에서 “위협이 임박하지 않은 잠재적인 핵 확산자로 지목된 사담 후세인 정부를 무력으로 무너뜨리는 모습을 본 북한은 핵무장만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의 저자이자 미국 내 대표적인 신보수주의(네오콘) 이론가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후쿠야마 교수의 이날 발언은 대북정책을 포함한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햇볕정책에 대해 후쿠야마 교수는 “경제협력이나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 같다”며 “제한적으로 적용된 측면도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서독이 동독에 대해 취한 ‘오리지널’ 햇볕정책의 경우 동독에서 자유롭게 서독방송을 볼 수 있었고 주민들의 쌍방향 왕래도 가능했지만 남측의 햇볕정책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북한 문제의 해결에는 무력 사용, 외교적 해결, 정권교체 또는 혁명으로 인한 붕괴 등 3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무력 사용은 상황을 더 악화하게 되고, 외교적 해결도 아직 채찍이나 당근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므로 정권교체 혹은 혁명으로 인한 붕괴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이라크전쟁 실패를 예로 들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라는 수단을 배제한 체제 변화는 외부 세력에 의해 이뤄질 가능성이 적고 현재 북한체제의 내구성으로 볼 때 ‘아래로부터의 혁명’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후쿠야마 교수는 “현재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가하는 제재는 북한체제를 파탄시키려는 것은 아니지만 (체제 붕괴) 가능성은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체제 붕괴는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우 폭발적으로 올 수 있으므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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