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운동권 인사들이 연루된 ‘일심회’ 사건에 대한 김영환(44) ‘시대정신’ 편집위원의 평가다.
김 위원은 1980년대 ‘강철서신’이란 문건을 통해 주체사상을 운동권에 확산시키고 민족해방(NL) 노선을 학생운동권의 주류 세력으로 성장시킨 ‘원조 주사파’다.
운동권의 핵심 지하조직이었던 민족민주혁명당 중앙위원장을 지낸 그는 1991년 5월 북한 잠수정을 타고 비밀리에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이후 북한 실상에 눈을 떠 전향했다. 현재는 북한민주화 운동가로, 뉴라이트의 사상이론지라 할 수 있는 시대정신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위원은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386세대가 감성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주의를 추종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사회 발전의 실질적 주도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위원과의 일문일답.
―20대 학생이 아닌 사회 경험도 많은 30, 40대가 아직까지 북한의 주체사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시절 학습한 민족주의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족주의를 모든 판단의 중심에 두면 우리는 미국과 맞서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을 먹여 살리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주체사상에 빠진 사람은 의도적으로 북한의 실상을 보지 않으려 한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다. 김일성의 항일투쟁이나 민족주의를 위주로 학습한 경우 북한 사회주의에 대한 반성이 없다.”
(김 위원은 이 대목에서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글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거론했다.)
“강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운동권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사람이었다. 정통 운동권이 아닌 그가 나중에 운동권 논리에 동조하더니 열렬하게 변해 갔다. 일심회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장민호 역시 정통 운동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쉽다.”
―현재 주사파의 규모는 얼마나 된다고 보나.
“1990년 전후 주사 이념이 확실한 사람만 1만여 명이 됐다. 동조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3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사 사상이 확실한 사람은 100∼200명으로 추정된다. 동조하는 사람까지 합쳐도 몇 천 명이 넘지 않는다. 현재 주사파는 적게는 4개, 많게는 7개의 계파로 분류된다. 계파는 이론적 차이보다는 운동 전술의 차이에서 분화됐다. 이 중 한 계파가 민주노동당에 참여하고 있다. 주사파의 60∼70%가 민주노동당 계열이다. 이들이 전체 주사파의 구심점이다.”
―주사파의 영향력을 어떻게 보는가.
“주사파는 점점 소멸해 가고 있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계파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주도권을 쥐려면 상당한 수준의 권위와 이론 무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주사파 가운데 권위와 이론을 모두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민노당 계열의 주사파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큰 위협이 되겠지만 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더욱이 현재 북한에 다녀온 사람이 부지기수다. (주사파가)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북한의 현실을 미화한다 해도 설득력이 약하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것은 이제 ‘고집’일 뿐이다.”
―일심회 사건이 386세대에 주는 교훈은….
“386운동권이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다고 하지만 사실 당시 사회주의를 추구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다만 반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 오히려 정치 공세에 머물 수 있어 그 방식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또한 아직도 많은 386이 감성적 민족주의에 빠져 있는데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대남공작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현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386을 평가한다면….
“이들은 과거 친북좌파, 곧 주사파였지만 현재는 대부분 아니라고 본다. 사실 현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386 가운데 운동권의 중심부에 있던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외곽 조직에 있던 사람이다. 원래 이들은 교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권력을 쥐더니 마치 자기들은 다 아는데 야당과 언론이 잘 몰라서 그런다는 식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독선 때문에 정책의 정당성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특히 외교 문제에선 일관성과 신중함이 떨어진다.”
―386세대에 바라는 점은….
“386세대는 그들만의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단결력이 강하고 사익보단 공익을 우선하는 것도 몸에 배어 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포용력도 강하다. 현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386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고 앞으로 상당기간 386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이다. 386은 그 세대의 장점을 살려 사회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 시각과 개방된 사고로 다른 세력, 다른 그룹을 포용해야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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