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의 ‘나홀로’ 對北행보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對)북한 제재위원회에 제출할 정부 보고서 내용이 정리됐다. 새로운 구체적 제재 조치는 없는 형식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민의(民意)와 국제적 요청에 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 눈치보기이자 포용정책에 대한 집착의 결과다.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됐을 때 “유엔 회원국으로서 결의를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래 놓고 대북 제재를 규정한 안보리 결의 내용에 대해 모두 ‘정부가 이미 취한 조치’라며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 그친다면 한국의 대응을 주목해 온 국제사회가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그제 당-정-청 수뇌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품의 판매 및 이전 금지는 이미 하고 있고 화물 검색도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올해 북한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하면서 22차례나 통신 검색에 응하지 않았지만 해경이 한번도 정선시키지 않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정부의 대북 제재 보고서는 우리 스스로 적극적인 제재를 취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셈이다. 정부는 쌀 차관과 비료 지원의 중단 정도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는가. 북한 핵실험의 최대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유엔 결의보다 독자 노선을 더 중시하면서 말로만 국제 공조를 외친다면 누가 ‘북핵 폐기’ 의지를 믿겠는가. 특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다른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정부는 이번 주말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결의 표결에 대한 방침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처럼 기권이나 불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내세워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가 핵실험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선자가 10일 장관 이임사에서 “우리 국민이 ‘가슴은 한국에, 시야는 세계에’ 두고 행동할 때”라고 한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제 우리 정부도 표결에 참가해 북한 인권을 문제 삼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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