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4일 오전 유엔 사무총장직 인수를 위해 다음날 뉴욕으로 향하는 반 신임 총장에게 그간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한 공개적인 훈장 수여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반 사무총장 내정자에게 주어진 훈장은 청조근정훈장.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공적을 인정받을 만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 1등급인 청조근정훈장을, 차관직의 경우에는 2등급인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개적인 훈장 수여식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
반 내정자에 대한 훈장 수여는 행정자치부의 건의와 국무회의 의결 및 대통령 재가를 거쳐 결정됐으며, 그가 외교·안보 및 유엔에서의 활동 등 36년간 외교관으로서 국위를 선양한 점을 감안해 공개행사를 가지게 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을 지냈다고 해서 무조건 훈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게다가 서훈이 결정된 경우 대부분은 대통령이 비공개로 전달하며, 때로는 비공개 수여식도 없이 제3자를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공개행사를 갖는 것은 반 내정자에 대한 과거 평가는 물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미래에 대한 각별한 기대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반 내정자는 1986년에 정부부처 1급이 대상인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이날 서훈식에는 청와대 3실장인 이병완 비서실장, 변양균 정책실장, 송민순 안보실장을 비롯해 민정·인사·안보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모두 배석해 반 내정자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노 대통령이 반 사무총장 당선 후 순수하게 그를 위한 청와대 행사를 마련한 것만도 이번이 네번째다.
반 내정자가 당선돼 귀국한 지난 달 19일 청와대로 초청, 정상급 예우를 갖춰 맞이했고, 같은 달 20일 반 내정자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한 데 이어 24일에는 주한 외교사절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당선 축하 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반 내정자는 훈장을 받은 후 환담자리에서 "내년 유엔 총회 때 모시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웃으면서 "초청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반 내정자는 이날 오전 출국 보고 차 정부중앙청사로 한명숙 총리를 찾아 10분여간 고별인사를 나눴다.
건강검진 때문에 10분가량 늦은 그는 "출국 전에 받고 떠나는 게 나을 것 같아 병원에 들렀다. 다행히 이상은 없다는데 의료진의 소견을 듣는 바람에 늦어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고, 한 총리는 "이제는 실감이 나시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한 총리는 "유엔이라는 국제 무대로 나가셔서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성공적으로 일하실 때 전 국민이 자긍심을 가질 것"이라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북핵 문제 등을 짊어져 더 힘들겠지만 역량을 발휘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반 내정자는 "할 일이 태산 같고 어깨가 무겁다"면서 "전 국민이 도와주시는 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제가 취미로 부엉이를 모으는데,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라며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을 텐데 지혜롭게 헤쳐 가셨으면 좋겠다"면서 소장하고 있던 크리스털 소재 부엉이 인형을 작별 선물로 건넸고, 반 내정자는 "사무실에 갖다 놓고 지혜를 받들도록 하겠다"며 선물을 받았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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