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송영언 독자서비스센터장》
―일심회 사건 보도와 관련한 문제점부터 살펴보지요.
냉전적 사고 못 벗어나
▽윤영철 위원=과거의 비슷한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악의적 선정 보도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역력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의 심각성이 흐릿해지고 결국 증거마저 불충분해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일부 신문이 서둘러 보도를 쏟아내면서 혐의자의 초상권을 훼손하는가 하면 관련 회사의 정보까지 ‘국정원에 따르면…’ 식으로 보도하는 등 선정적인 대목이 지적되기도 했지요.
▽최현희 위원=정부 안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모습을 보니 과거의 공안사건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수사를 막고 발표를 저지하려는 듯한 흔적마저 엿보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먼저 치고 나가다 보니 혐의자나 주변 인사의 인권 침해가 염려되는 대목이 없지 않았습니다.
간첩사건 단정은 위험
▽김 위원장=‘386 간첩 사건’ 식의 용어 선택은 사회적 배제와 고립이라는 ‘간극 만들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도 ‘386 간첩 사건’이라 단정하기보다 ‘일심회 사건’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봅니다.
▽윤 위원=‘386 간첩’이라는 표현은 386세대 전체를 색깔로 덧칠해 불온세력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386세대는 건전한 시민이니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뿐입니다.
앞서 가는 보도 삼가야
―간첩의혹 사건 보도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지 기준을 만들 수 없을까요.
▽김 위원장=수사 단계에서는 보도량을 줄이고 확정 판결 단계에 가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처음 크게 보도하던 사건도 확정 단계에 가면 흐지부지 용두사미가 되고 마는 등 현실은 거꾸로 가니 아쉽습니다.
▽최 위원=공안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엄격한 보안이 유지되고 쉽게 공개되지 않는 특성을 갖습니다. 언론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니 추측성 기사를 불러올 개연성도 그만큼 크겠지요. 수사 당국이 충실하고 정확한 브리핑을 통해 경과를 적절히 공표한다면 언론도 ‘앞서 가기 보도’를 피하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피의사실 공표 죄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위원=‘간첩’으로 한번 보도되면 일반인이 접근을 꺼리는 등 그때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시대환경이 달라진 만큼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한 인권적 차원의 접근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사실 확인 전에 추측 예단성 보도를 남발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인권존중 자세 필요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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