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인권결의안 찬성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정부는 17일 오전 유엔 총회의 인도-사회-문화적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 찬성하기로 했다.

정부가 북한 인권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총회와 인권위원회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북한 인권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해 왔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공동 제안한 이번 북한 인권 결의안은 △북한이 유엔인권특별보고관에게 협력하지 않는 점 △고문과 공개 처형, 수용소 강제 노역 △사상 양심 종교 의사표현 제한 △북한 주민의 심각한 영양실조 및 경제 사회적 권리 침해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결의안에는 북한 정부가 유엔인권특별보고관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할 것과 차기 유엔 사무총장(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내년 총회 기간에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포괄적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출석 회원국 과반의 지지를 얻어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이 결의안은 다음 달 중순 총회의 최종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제3위원회에는 유엔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제3위원회 통과는 사실상 총회 통과를 의미한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인권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에 대한 강제력이나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도덕적 구속력을 갖는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1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인권은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적용돼야 한다”며 “(표결 찬성 결정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북한 인권 결의안 찬성 방침을 밝히자 우원식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8명은 “6자회담 재개가 합의된 상황에서 정부는 (결의안 표결에 기권 또는 불참하는) 기존의 자세를 유지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북한이 정부의 북한 인권 결의안 찬성에 반발할 경우 북핵 실험 후 경색된 남북관계의 교착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