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론 외면 못해” 5번 만에 선회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北인권 외면 말라”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대한변호사협회,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11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구호를 외치려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北인권 외면 말라”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대한변호사협회,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한 11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구호를 외치려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할지 ‘불참 또는 기권’할지 망설이다 유엔 총회 표결을 하루 앞둔 16일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이 처음 상정된 뒤 다섯 번째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정부가 처음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것. 북한 핵실험 이후 악화된 국내외의 대북 여론 등이 찬성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PSI 정식 참여 유보도 부담=지금까지 네 차례 이뤄졌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정부는 불참 또는 기권 방침을 고수해 왔다.

첫 북한인권결의안 상정 시도는 2002년. 당시 유럽연합(EU)은 58차 유엔 인권위원회에 ‘북한 인권 상황 규탄결의안’ 상정을 추진했으나 김대중 정부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이어 2003년 EU가 결의안을 재상정하자 정부는 표결에 불참했으며 2004년과 지난해에는 기권을 택했다.

이처럼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정부가 ‘찬성’으로 선회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 또는 기권할 경우 국내외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후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추진 중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부가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PSI와 북한 인권을 모두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PSI보다는 구속력이 없는 인권결의안 찬성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데는 초대 유엔 인권이사국 진출,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 등으로 유엔에서 한국의 책임이 커진 것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진통=표결 찬성을 주장하는 외교부에 통일부와 열린우리당이 6자회담 재개 결정으로 형성된 대화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 된다며 팽팽하게 맞서 최종 결론을 내릴 때까지도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 등 여당 쪽 참석자들은 결의안 찬성 표결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역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한 상황에서 인권문제와 관련한 정부 방침에 변화가 있을 경우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며 마지막까지 반대했으나 결국 청와대가 ‘표결 찬성’에 손을 들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을 수차례 면담하며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장관은 사무총장에 당선된 지난달 중순부터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과 유엔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정부 내 분위기를 찬성 쪽으로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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