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했다. 핵을 보유해 정권을 유지하고 군민을 통제하는 심리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국제 전략상의 동기도 있다. 미국과의 외교 협상에서 양보를 이끌어 내고,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승인받아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할 부분은 북한의 핵개발 동기가 국가의 기본 전략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즉 핵무기에 의존해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북한의 태도다.
따라서 문제는 북한이 도대체 얼마나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와 진정으로 북한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 무엇인가이다.
현재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안전이 취약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반세기 넘게 한반도엔 정전조약만 있고 평화조약은 없었다.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대치 상태다.
사실 북한의 불안 원인은 북한 내부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북한에서 극단적으로 받드는 ‘선군정치’는 경제 발전 가능성과 미래 사회의 안정 가능성을 크게 훼손했다.
북한은 극단적인 이념에서 출발해 국제정치를 바라봄으로써 외부 세계를 대부분 불신하거나 심지어 적대시했다.
중국과 북한을 비교해 보자. 중국은 6·25전쟁에 참가해 무려 20년간 미국과 냉전관계를 유지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안전과 관련한 외부 환경은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중국 내부의 정치노선과 정책은 중국의 불안을 심화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안전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는 분명히 중국의 국내 노선 및 평화 협력을 위주로 한 외교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국 한 국가의 안전은 그 국가의 국내 노선 및 대외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핵무기가 없던 시기의 북한은 비록 불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관계를 통해 기본적인 안전을 확보했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같이 상궤를 벗어나는 엄중한 도발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단지 추상적인 위험에 불과하다.
적잖은 사람이 북한의 안전 문제를 이라크와 단순 비교한다. 이때 이들이 망각하는 것은 동북아에 위치한 중국과 러시아다. 북한과 중동은 정치 형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군사력에서 핵을 가진 나라에 한참 뒤떨어진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 주듯 핵무기가 없는 나라만이 핵 공격과 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캐나다의 한 국제정치 학자는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멸망할 위험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어느 면에선 군사력과 국가 안전이 반비례한다.
북한은 현재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은 핵무장을 고집한다. 심지어 멋대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올 핵실험까지 했다. 그 때문에 국가 안전과 관련된 국내외 환경도 현저히 악화됐다.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핵 역량을 갖추기 전에 군사수단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북한과 같이 영토가 좁은 나라는 핵무기 보유가 더욱 위험하다. 국토가 좁아 2차 반격 능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안전 보장에 유리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안정을 담보하는 데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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