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며 설득하고 있다. 누구누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여당 내에는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민주당을 촉매제로 한 통합신당 창당에 공감하고 있다. 나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 제3당에서 헤쳐 모이자.”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16일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며 민주당을 촉매로 새로이 탄생할 ‘제3당’에서 열린우리당ㆍ민주당 의원들이 헤쳐모이자고 말했다. 그는 “분당할 때 민주당을 비난하고 떠난 여당 의원들이 웃으며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기 힘들테니까 이들에게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여당發 정계개편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하든지, 여당 의원들이 탈당하든지, 당 해산 결의를 하든지…, 셋 중 하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합신당’의 규모에 대해서는 “일단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만 넘으면 된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의 역할이 커질 것이고,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표는 100년 정당을 지향하며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이 3년 만에 해체 위기를 맞은 것에 대해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대립ㆍ반목만 시켰지 통합ㆍ화합ㆍ단결시킨 게 하나도 없다”며 “모든 정책들이 그들만의 ‘홀로 정책’이었지 ‘국민들의 정책’이 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한 대표는 ‘고건 신당’을 강하게 부정한 뒤 “결국 민주 2진이 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결국 독자 신당을 만들어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위협하려는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과 ‘고건 신당’의 통합설에 대해서 “신당의 실체가 있어야 타협이나 협상, 흥정을 통해 통합을 할 거 아니냐. 실체가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며 고 전 총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또 “지방에서는 ‘고건 신당’이 창당되는 것을 전제로 활동하는 그룹들이 있는데 그들은 지난 지방선거 때 민주당 공천을 못 받은 사람이거나 과거에 민주당에 몸담았던 당원들”이라며 “그런 인적자원이라면 ‘민주당 2진’일 뿐이다. ‘고건 신당’이 만들어져도 민주당을 능가하는 조직적인 힘은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기국회 끝나고 나면 여당 의원들의 결단이 있을 것”
-여당發 정계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어떻게 보나.
“여당發 정계개편은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든지, 여당 의원들이 탈당하든지, 당 해산 결의를 하든지, 셋 중 하나가 이뤄져야 원활히 진행될 것이다.”
-한 대표께서는 “정계개편의 중심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
“열린우리당은 당의 얼굴이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국민들의 신임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들끼리 별짓을 다해 봐야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오직 민주당만이 역사적 배경과, 전통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과 함께 했을 때에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대표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당에 그대로 있어봐야 희망이 전혀 없고, 자기네들끼리 다시 당을 만들어봤자 성공할 수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래서 민주당을 촉매제로 할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공감하는 의원들은 어느 정도 되나.
“누구누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여당 의원들의 결단이 있을 거다. 그때 보면 알 것이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 제3당에서 헤쳐 모이자”
-한 대표 밑으로 ‘헤쳐모여’인가.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아닌 ‘제3당’을 만들어서 거기서 헤쳐 모이자는 거다. 나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민주당의 역사적 전통성과 정체성, 그리고 중도개혁 성향은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전통성, 정체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건 ‘기득권’이 아닌가.
“아니다. 민주당의 전통성과 정체성은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떨어져 나갈 때도 중도개혁을 표방하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민주당이 지향하는 전통적인 가치다.”
-‘통합신당’의 규모는 어느 정도를 예상하나.
“아무도 장담 못한다. 우리의 입장은 일단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는 됐으면 한다. 민주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그 역할이 커질 것이고, 국회에서 파트너십도 형성할 수 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찬 회동 후 7일과 8일에는 각자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와 부산을 교차 방문했다. 두 사람의 최근 행보에 대한 생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하고 노 대통령이 광주를 찾은 것은 하루 이틀 사이에 결정된 게 아닐 것이다.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이 동교동을 방문한 것도 단순히 김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가지고 두 분이 협조하느니 정계개편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니 하는데 말도 안 된다. 생각해 봐라. 정치를 떠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말 한 마디 듣고 개입하겠냐.”
“DJ행보 정치 개입 절대 아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바쁜 행보를 보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국가대사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건 국가지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그 분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더구나 어느 정치 세력을 두둔하려는 것도 아니다. 확대해석하지 말라.”
-요즘 ‘김영삼ㆍ김대중ㆍ김종필’, 이른바 3김이 제각각 행보를 시작하며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3김의 영향력이 아직 유효하다고 보나.
“3김의 영향력이 아직 잔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발휘되느냐 아니냐는 그분들에게 달려 있다. 그 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또 주변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그들을 이용하거나 활용할 것이고,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안 할 거다.”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출범한 열린우리당이 창당 3년 만에 헤체 위기를 맞았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살피지 않고 집권층이 자기들 생각을 국민들에게 강요했다. 노 정권이 들어서고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실시된 ‘4대개혁입법’(사학법, 과거사법, 신문법, 국보법 폐지)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것들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저항을 초래했다. 또 여당에서 하는 일들은 시작만 있지 결론이 없다. 오히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대립ㆍ반목만 시켰지 통합ㆍ화합ㆍ단결시킨 게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모든 정책들이 그들만의 ‘홀로 정책’이었지 국민들의 정책이 되지 못했다는 거다. 망할 수밖에 없었다.”
“‘고건 신당’은 민주당 능가하는 조직적인 힘 못 가질 것”
-고건 전 총리가 “12월에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고건 신당’을 어떻게 보나. 통합설도 있는데.
“아직 실체가 없다. 실체가 있어야 통합을 하든 타협, 협상, 흥정을 할 거 아니냐. 실체가 없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냐.”
-‘고건 신당’이 ‘민주 2진’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뭔가.
“지방에서는 ‘고건 신당’이 창당되는 것을 전제로 활동하는 그룹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지난 지방선거 때 정당 공천을 못 받은 사람이거나 전부 과거에 민주당에 몸담았던 당원들이다. 그런 인적자원이라면 ‘고건 신당’은 ‘민주당 2진’일 뿐이라는 말이다. ‘고건 신당’이 만들어져도 민주당을 능가하는 조직적인 힘은 가지지 못할 거다.”
-한때 ‘한민공조론’이 주목을 받았는데 요즘은 조용하다. 어떻게 돼가나.
“한나라당이 말하는 공조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으로 와서 한나라당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표를 보태 달라는 거다. 일본의 경우 자민당이 퇴조했을 때 야당과 연립정권을 형성하며 ‘호소카와’를 수상으로 만들었다. 여당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작은 세력의 보스를 수상으로 세워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을 대접해 주기 위해 ‘한민공조’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못 받아들이는 거다.”
-최근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내년에 독자적으로 나올 계획인가.
“긍정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 시기가 되면 의견을 발표할 거다.”
“盧 대통령은 DJ의 대북자산을 까먹기만 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포용정책 폐기”와 “남북교류 지속”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대표의 의견은.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은 지속돼야 한다. 다만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로 인해 북한과 미국이 충돌할 경우 그 전쟁터는 한반도가 된다. 북한의 공격을 받아도 같은 민족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쳐다만 보고 있을 수 있겠나. 그럴 때는 ‘동맹’을 택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결국 같은 말이다. 햇볕정책이라는 말을 북한이 불쾌하게 생각해서 김 전 대통령이 포용정책이라고 바꾼 것이다. 노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대북특검을 했다. 이것은 김 전 대통령의 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한 거다. 그러나 대북특검을 함으로써 북한에 ‘남한이랑 상대 안 할 것’이라는 확고부동한 결심을 갖게 했다. 그런데 노 정부에서 특사를 보내느니 정상회담을 하느니 하고 있으니 북한에서 얼마나 속으로 웃었겠냐.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남북문제에 대해 기대감을 준 정책이었고, 노 대통령의 정책은 김 전 대통령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서 대북 자산을 까먹은 정책이었다.”
-정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및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론’ 등 ‘개헌론’이 거론되고 있는데….
“개헌은 권력구조를 규정하는 거다. 권력구조는 시대와 정치 환경의 산물이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장기집권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단임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된 지금은 단임으로는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 4년 중임으로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를 선호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모든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논리에 따라 입안한 게 아니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정책을 내놨다. 이제 노 정권은 ‘양치기 소년’ 이야기처럼 ‘늑대가 나타났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다. 국민에게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대담 조창현 동아닷컴 기획취재팀장
·정리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사진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대표실에서 동아닷컴 조창현 기획취재팀장과 가진 대담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당에 그대로 있어봐야 희망이 전혀 없고, 자기네들끼리 다시 당을 만들어봤자 성공할 수도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여당 의원들의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열린우리당·민주당의 통합신당은 늦어도 12월 중순경에는 그 윤곽이 드러나는 셈이다. 5당대표 릴레이인터뷰 ① 국민중심당 신국환 공동대표 ②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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