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진퇴양난’…여론 악화 부담, 빅딜說 솔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명분 없는 싸움을 계속하다간 기진맥진해 있는 당이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아예 30일 이후 찬반 당론을 정하지 말고 자유투표 방식으로 표결 처리하자는 의견도 열린우리당에서 나온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은 297석으로 임명동의안 의결정족수인 과반은 149석. 열린우리당의 의석 수는 139석이기 때문에 과반에는 10석이 모자란다. 무소속이지만 열린우리당 출신인 임채정 국회의장과 민주노동당 9석을 더해야 149석이 된다.
최근 정계개편과 부동산정책을 중심으로 청와대에 반발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자유투표를 하면 상당수 의원들이 전선에서 이탈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투표 주장은 ‘전효숙 카드를 포기하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효숙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것을 꾀하자’는 빅딜설도 나온다. 청와대에서 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얻어내는 대신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어 노무현 대통령이 목을 매고 있는 사법개혁법안 같은 법안 몇 개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이 전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거나 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얻어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靑 ‘속수무책’…철회하면 전해철수석 타격
청와대로서는 전 후보자의 지명 철회가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동반 사퇴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논란은 ‘헌재 재판관만 헌재 소장이 될 수 있다’는 절차적 문제에서 비롯됐는데, 원인 제공자가 전 수석인 만큼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임기 말 민정수석을 교체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 부담이다. 후임을 맡을 만한 인물도 마땅치 않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전효숙 카드를 버릴 경우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낙마와 유사한 사례가 될 것이란 점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후문이다. ‘코드인사’라는 여론의 반발을 뚫고 강행했다 중도 하차시키면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全 ‘묵묵부답’…거취 못정하고 광주에 칩거
한편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전 후보자는 남편인 이태운 광주고법원장이 있는 광주에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후보자 주변에선 그가 거취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이 고법원장의 강한 만류가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고법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자진 사퇴 요구는 정치 공세다. 국회가 알아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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