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이처럼 ‘통과의례’로 전락한 1차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자 “국회만큼 공식성(公式性)과 절차의 엄격성을 충족시킬 곳은 없다”며 장관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스스로 요청했다. 그러나 올 2월 처음 실시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는 친북반미(親北反美) 성향 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됐는데도 대통령은 이들의 임명을 강행했다. ‘어떤 흠결이 드러나건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니 국민은 그런 장관을 참아내든지 이해하라’는 태도였다.
어제 이재정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서도 부적격 사유가 드러났다. 그는 “6·25전쟁이 남침(南侵)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가 “그걸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남침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서면답변에서는 김일성에 대해 “역사가 평가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제 청문회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서해교전 당시 아군 사상자 수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는 “북한이 독재국가냐”는 질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기 그렇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기본적인 국가관과 안보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들에게 외교 안보를 맡겨도 되는지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늘 그랬듯이 청문회가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임명할 태세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기다리고 거치느라 한 달 이상 부처 업무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기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인데 하나 마나 한 청문회를 왜 반복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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