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朴이냐, 저 博이냐…李-朴 경쟁속 의원들 눈치작전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쟁이 첨예화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특정 주자에게 줄을 서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막상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들과 당원협의회장(구 지구당위원장)의 눈치와 탐색전이 갈수록 본격화되고 있다.

▽소신형=눈치를 보지 않고 일찌감치 한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소신형이 있다. 이 전 시장의 경우 정두언 안경률 의원, 정태근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조해진 공보특보 등이 이름을 내놓고 돕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엔 김무성 유승민 유정복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구상찬 이정현 공보특보 등이 있다.

이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위험 부담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눈치를 안 봐도 되고 설사 경쟁 주자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더라도 상대 진영 핵심 멤버였던 이들을 내놓고 홀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의원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는 태도를 정하겠다고 말한다. 수도권의 A 의원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는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년으로 넘어가 후보 간 세를 가늠할 수 있을 때 다른 의원들과 함께 무더기로 줄을 선다면 생색이나 나겠느냐”고 말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세 주자가 ‘모시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버티기형’도 있다.

각종 선거를 지휘한 경험이 많은 부산의 B 의원은 “어느 쪽이든 선거가 임박해지면 날 부르지 않겠느냐. 주특기가 없는 의원들은 빨리 줄을 서야 할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양다리형=한나라당의 많은 의원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영남의 C 의원은 한 후보의 해외 출장을 앞두고 다른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다른 얘기를 늘어놓다가 “그런데 제가 이번에 ××× 후보 해외 출장 때 같이 가자는 제의를 받았는데 가도 되겠느냐”며 사실상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한 유력 후보 측근으로 알려진 경남의 D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E 의원은 양쪽 진영에 모두 전화를 걸어 “필요하면 도와줄 수 있으니 연락을 달라”고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심포지엄 참석을 두고도 의원들이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F 의원은 이 전 시장 측근 의원들에게 탐색한 끝에 의원들은 초청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도권 G 의원은 “요즘은 점술가에게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를 묻는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말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털어놨다.

다음 달로 예정된 당 여성위원장과 중앙위의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일부 후보자는 양 진영의 문을 모두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근혜 前대표 “정권교체 힘 합쳐야”…경선결과 수용 강조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내년 정권교체는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저를 포함한 한나라당은 한시라도 이 염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국언론인연합회 초청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위기에 처한 한국,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 강연에서 “암울한 상황을 끝내는 방법은 단 하나 정권교체”라며 “정권교체를 향한 대도(大道)를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마지막까지 함께 가야 하며 반드시 경선 결과를 수용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6월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나 나나 경선에 승복하지 않고 둘로 쪼개지면 한나라당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경선 결과 승복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국가 리더십 위기가 대한민국 위기의 본질”이라며 “혁명적 변화를 위해 정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은 과거 권위주의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은 북한 핵실험 이후 위기 대처 등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자신의 리더십을 비교하는 논의가 나온 데 대한 대처이자, 독자적인 리더십을 보여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왜 국민이 박근혜를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뭘 탐내거나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다. 나라의 평안이 저의 행복이다”며 “제가 좋은 음식을 먹고 편안해도 나라가 안 편안하면 편안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임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정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신뢰를 받으려면 사심 없이 국민을 위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