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 울분 ? 본심 ? 또 폭탄발언… 盧대통령 왜 이러나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2시 55분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돌연 ‘임기 중도 포기’를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이유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굴복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두 가지뿐”이라며 “당적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면 임기 중 당적을 포기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탈당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유의 승부수?=노 대통령의 임기 포기 발언이 즉각적인 실천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노 대통령도 “임기 동안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자면 이런저런 타협과 굴복이 필요하면 해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야당이 국회에서 (헌재 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부하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부당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불법한’ 가해자요, 이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은 피해자라는 논리다.

탈당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당적과 대통령직을 갖고 여야를 향해 압박성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정치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힘든 때일수록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주기 바란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상황을 변칙으로 돌파하려는 정치적 승부수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중도 사퇴 가능성은?=노 대통령은 과거에도 중도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대통령의 임기는 1년여밖에 남지 않았고, 곳곳에서 레임덕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영예보다는 비난받을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에서는 노 대통령이 진짜로 임기를 포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스스로 중도 사퇴하면 ‘자의로 임기를 마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 속에 재임 중의 모든 허물이 묻힐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실제 임기 포기 절차를 밟으면 정치권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가 흐트러진다. 현재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열린우리당에는 지지율 5%를 넘는 후보도 없다. 현재로서는 대선후보를 내기도 힘들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판이 흔들려야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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