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다음 수'에 촉각

  • 입력 2006년 11월 29일 18시 06분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이 "임기를 다 안마친 첫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이후 정치권의 촉각은 '하야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일반적인 관측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곧바로 임기중단으로 연결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낮은 국정지지도와 여권의 무기력, 야당과 보수세력의 집중 공격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대통령의 '푸념' 정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하야 가능성에 대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오죽했으면 그런 얘기가 나왔겠느냐. 그 심경을 읽어 달라"고도 했다.

논란이 일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발언은 임기를 다 못 채우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이 동시에 있는 것으로 봐서 그렇게 (하야를) 하시겠다는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하야 가능성을 일축했다.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나, 이미 임명된 KBS 사장까지 다시 뽑으라고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밝힌 대로 `인사권 밖에 없는 대통령'에게 인사권을 내놓으라는 것과 진배 없는 현 국면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로 나타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인사권도 인사권이지만, 남은 임기 동안 산적한 국정과제를 수행해 나가는데 있어서 현재의 정국 환경이 계속될 경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노 대통령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병두 의원은 "(하야)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했다. 민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 구체적 시한을 주고 국방·사법 개혁법안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지 않을 경우 임기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이 크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완전히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이라면 빨리 대선을 치러서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1차원적 분석일 뿐이다.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주자가 포진한 한나라당은 조기 대선 국면이 되면 제대로 경선준비가 안돼 있는 주자들간에 상당한 혼란이 올 수 있고 심할 경우경선불참 또는 당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대통령이 요구한 '개혁' 드라이브에 밀려, 자칫 '구태 정당'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지지율 구도가 대통령의 임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면 요동칠 수밖에 없고 제2의 탄핵역풍을 맞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한나라당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내년 대선까지를 염두에 둔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능력이 없으면 그만 두라"는 초강경 발언도 나오고 있지만 공식논평이나, 대선주자들의 반응이 대체로 "임기는 채우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 보장을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국정협조 요구안을 모두 들어주어야 한다는데 한나라당의 딜레마가 있다.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정치 생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조기 대선국면이라는 환경은 더더욱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노 대통령이 '자리'를 걸고 그런 요구 조건을 내걸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정치적 승부수로 헌정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게 될 경우, 여론이 또 다시 노 대통령의 편이 돼 줄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희망'을 잃어버린 여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판'을 깨야 하는 처지고, '고지'가 눈앞에 있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 '판'을 고스란히 가져가야 하는 '길항'의 관계가 현재의 정국상황이다.

노 대통령의 다음 '수'가 무엇일지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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