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장래]부시 ‘북핵 새 타협안’ 반갑다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0분


한국의 광복 후 국가안전과 산업발전은 상당 부분 미국의 희생과 지원에 힘입었다. 베트남과 이라크전쟁에 파병한 것은 그 같은 감사에 대한 보답의 징표였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문제 해결 등을 위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겉으로 나타난 사실과 가려진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지난달 한 TV 대담에서 “북측이 속였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며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북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1994년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일리 있는 말이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은 대화 상대가 아니라 전복돼야 한다”고 했고 로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도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 북의 정권 타도에 목적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6자회담은 진행됐지만 미국은 인권, 위조지폐, 강제수용소, 민주주의 등 북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만 시차를 두고 거론했던 것이다.

그래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부시 대통령은 핵문제 해결에 국한하여 논의하라”고 지적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계획을 약화시킨다고 보수파가 반대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의 여러 언론도 “부시 대통령이 북의 핵문제 해결보다는 정권타도에 목표를 두어 지난 6년간 북의 핵개발과 보유를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결국 ‘외과 수술적 군사공격’ ‘정권 전복’의 위협을 받는 북은 ‘자위권의 표시로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부시 정권이 북핵 문제를 미해결로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킨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 대통령이 이임사에서 지적한 ‘군산복합체의 위험’이 그것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6·25전쟁의 종언에 서명할 수 있다”고 했다. 1년여 동안 중단된 6자회담 재개도 합의했다. 북이 주장해 온 ‘체제의 안전, 국교수립, 핵시설 해체’ 등의 협상 일괄 타결 가능성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전, 평화, 나아가 단계적 통일을 위하여 지도력을 발휘하고 북측도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

손장래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전 합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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