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한과 협상은 하되 매달리지는 않는다”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1분


“그게 엄청난 사안은 아니지만 한국 언론이 대서특필한다면 나쁠 건 없다. 북한이 한국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는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남북한 정상과 만나 6·25전쟁 공식 종전선언문서에 서명할 뜻이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 일제히 보도되자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대답을 한번 기다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뜻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미 간 6자회담 재개 합의(10월 31일) 이후 한 달 간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에 전에 없던 활기가 느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었다. 1년 전 경북 경주 한미 정상회담 때를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역시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당시 경주 정상회담 때만 해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지 말아 달라”는 노 대통령의 ‘항의성 주문’을 받고 얼굴을 붉혔다는 게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당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공개 천명했는데도 한국 대통령은 왜 내 뜻을 모르냐’며 불쾌해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가상적 상황을 전제로 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한 직후 국무부 차관 2명을 한국 중국 일본에 보내면서 공개적으로 “(이번에는 일을) 꼭 성사시키도록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의 공개 주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말을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브한(순진한) 해석’이란 반론이 아직은 다수설이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한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부시 대통령의 말에 너무 진지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포기하려면 왜 (핵무기를) 만들었겠는가”라는 강석주 외무성 부상의 말처럼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말을 ‘수사학’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난센스일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리고 남북한과 미국의 정전선언은 새삼스러운 발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도 “어정쩡한 회담 재개로 결렬을 반복하느니 사전약속을 단단히 받아낸 뒤 성공적인 회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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