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장이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 반박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당·청간 갈등의 골이 더 이상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노 대통령이 여권내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을 지역당 회귀로 규정하면서 범여권 신당논의에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신당파와 친노세력간 대치 전선도 점차 분명해 지면서 양측의 결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비난하는 것은 제2의 대연정 발언"이라며 "대연정을 추진하며 '한나라당이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면 권력을 통째로 넘겨도 좋다'는 발언이 우리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지지층을 와해시킨 일을 기억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당이 나갈 길은 당이 정할 것"이라며 "당내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국민의 가슴 속에 거듭나는 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당이 토론을 통해 최종 결론을 내면 당원은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당논의에 반대하면서 '당 사수'를 주장하는 당내 친노세력을 겨냥한 것일 뿐 아니라 수석당원이지만 '평당원'인 노 대통령도 당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의장은 이어 "통합신당 논의는 초심으로 돌아가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모든 평화세력을 재결집하는 것이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자는 얘기"라며 "이런 노력을 지역당 회귀로 규정하는 것은 다시 모욕감을 주는 것으로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지역주의 해소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지역주의 타파는 당연한 일이며 모두 힘을 모아 그런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가 유일한 과제는 아니며, 명확한 비전을 세워 평화와 번영의 물꼬를 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며 6자 회담,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민심이반, 한미FTA, 일자리 창출 등을 거론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민생 및 국정현안에 진력할 것을 노 대통령에게 재차 촉구했다.
김 의장의 초강경 비판에 대해 청와대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아세안 +3' 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3일 이전에 여당과 정치권을 향한 모종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청와대가 당을 깨려고 작심한 것 같다"며 "자신은 대통령을 했으니 국회의원들은 다음번 총선에서 떨어져도 괜찮다는 식의 발언"이라고 원색적으로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고통을 겪는 것보다는 이제 친노파와 이혼 도장을 찍는 것을 선택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노계열인 참정연 소속의 김태년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역당으로 가지말라는 원론적인 말인데 신당파가 대통령 핑계를 대고 있다"며 "신당파는 원래 노 대통령과 같이 가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의 통합신당 논의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일단 비대위 해체 등 당 쇄신을 먼저 해야 하고, 정계 개편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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