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통령 탈당” 14 “반대” 9 “본인판단” 11명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열린우리당 어디로… 열린우리당 측의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에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신당=지역당’이라며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혀 여권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김근태 의장(앞줄 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어디로… 열린우리당 측의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에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신당=지역당’이라며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혀 여권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김근태 의장(앞줄 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의 진로에 대해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13일쯤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서자,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세력은 당 지도부가 통합신당 추진을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가 1일 밤 설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신당’ 구상에 당내 다수가 찬성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 줌으로써 통합신당 논의의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속내로 보인다. ‘신당은 지역당’이라는 노 대통령의 규정을 반박할 논리를 찾는 동시에 통합신당파의 결속도 다지는 효과도 노리는 듯하다. 반면 친노 측은 통합신당 추진론자가 다수인 비대위가 대통령의 해외 순방(3∼13일)을 틈타 통합신당을 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내의 이런 복잡한 사정은 비대위가 실시하려는 설문조사에 앞서 본보가 3일 긴급 실시한 지역구 의원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통합신당파와 친노파는 주요 사안마다 상반되는 견해를 보였다. 본보의 조사는 열린우리당 전체 의원 139명 중 비례대표 의원(23명) 및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한명숙 국무총리,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중 연락이 닿은 의원은 61명이었다.》

▽“당이 국민의 버림을 받았다”=61명 중 절반이 넘는 33명이 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았다. 너희 당엔 역할을 맡길 수 없다고 심판을 내렸다. 여기에는 외연을 넓혀 새롭게 출발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양승조 의원), “중도세력을 대변할 수 있는 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이상경 의원), “리모델링으로는 현재의 시련을 극복할 수 없다”(김덕규, 오영식 의원) 등의 논리를 폈다.

당내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인 김형주 의원과 신의정연구센터의 이화영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 이념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을 모색해야 한다는 태도를 거듭 밝혔다.

현재 상황에선 정계개편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거나 정계개편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원들도 11명에 달했다. 김종률 의원은 “현재 정기국회가 진행 중인데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게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했고, 이상민 의원은 “통합신당으로 이미지 바꾸자는 것도 눈속임이고, 국민이 염증을 내는데 이대로 가자고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종이배는 장강 물줄기를 못 되돌려”=노 대통령의 “신당은 지역당”이라는 발언에 대해 응답자의 59%인 36명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주승용 의원은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으면서 왜 우리가 호남과 결합하려는 건 지역당으로 모느냐”고 말했고, 박기춘 의원은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 청와대는 ‘부산시당’이다”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최재천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장강의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는 종이배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고, 오영식 의원은 “통합신당의 명분과 원칙에 대통령이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유기홍, 김형주 의원은 “신당은 지역당이라는 말은 비전 없는 신당 논의에 대한 대통령의 소신이다”고 했다. 김선미, 최철국 의원은 “확대해석한 감은 있지만 지금 논의되는 통합신당은 지역당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이목희, 이계안 의원은 “통합신당의 명분과 가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노 대통령이 ‘지역당’이라고 꼬집을 만한 빌미를 우리 당이 제공했다”는 자성론(自省論)을 폈다.

▽“대통령 탈당하든 말든 관심 없어”=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의원은 1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3%였다. 그러나 응답을 유보하거나(14명) “노 대통령 본인이 판단할 일”(11명)이라는 답변을 한 의원 중에는 ‘탈당하든 말든 관심 없다’는 냉소적 반응이 많아 실제로는 탈당을 희망하는 의원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9명이었다.

탈당해야 하는 이유로는 대통령이 당-청 갈등을 불러오기 때문을 꼽았다. 정봉주 의원은 “당-청 관계가 삐걱대는 2인 3각 경주와 같다”며 “시기는 노 대통령에게 달렸지만 탈당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노 대통령이 탈당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며 “그러나 자기 지지층이 없기 때문에 탈당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력한 비대위, 바꾼들 별 수 있나”=비대위가 전당대회까지는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30명으로 거의 절반이었다. 그러나 비대위가 잘 해서가 아니라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많았다.

이상민 의원은 “비대위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지만 다른 분이 한들 달라질 게 없다”고 했고, 양승조 의원은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든다면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목희 의원은 “비대위가 다양한 정파의 의견을 통합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주승용 의원은 “비대위는 존치하되 당의장만 바꾸면 된다”며 김근태 의장 책임론을 내세웠다.

유기홍 의원은 “비대위가 정상적으로 당을 이끌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했고, 김형주 의원은 “다양한 목소리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비대위 해체를 주장했다. 이화영 의원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고 말했다.

한광원, 제종길 의원은 “현 지도부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당 유지” 친노 직계 의원 신당파 4분의1 안팎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계파’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및 정책 노선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돼 있다. 정계 개편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친(親) 노무현’ 그룹과 ‘비(非) 노무현’ 그룹이 갈등을 겪고 있다.

‘친노 그룹’에는 노 대통령의 참모 출신인 신의정연구센터(김혁규 이광재 서갑원 이화영 의원 등), 개혁당 출신이 주축인 참여정치실천연대(김형주 이광철 김태년 유기홍 의원 등)와 신진보연대(신기남 의원 등), 국민참여1219(정청래 의원) 등이 있다.

‘비노 그룹’은 크게 김근태 의장파와 정동영 전 의장파, 그리고 중도파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유재건 의원 등)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친노 그룹’ 모임에 속한다고 해서 모두 통합신당 논의에 반대하거나 노 대통령의 당적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모임 소속 의원 가운데 실제로 노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려는 이른바 ‘친노 직계’는 20∼40명으로 추정된다. 열린우리당 전체 의원이 139명인 것을 감안하면 수적으로는 ‘비노 그룹’의 우위가 확연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몸은 열린우리, 마음은 신당”

탈당하면 의원직 잃는 비례대표들 곤혹

열린우리당의 분열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비례대표 의원 23명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비례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비례대표 의원은 대부분 통합신당파로 분류된다. 박영선 민병두 박명광 김현미 김영주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 계열이고, 유승희 강혜숙 홍미영 의원은 김근태 의장과 가깝다. 그래서 이들이 희망하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는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더라도 친노파가 탈당하는 것이다.

설령 통합신당파가 탈당하더라도 대부분의 비례대표 의원은 당에 남아 ‘몸은 열린우리당, 마음은 통합신당’이란 형태로 두 집 살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11월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쪼개져 나오는 과정에서는 비례대표였던 박양수 이미경 이재정 허운나 오영식 조배숙 의원이 의원직을 포기해 차순위 비례대표들이 무더기로 의원직을 승계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과감하게 의원직을 버리고 탈당할 의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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