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차례의 전당대회와 당내 갈등 와중에서 '대리전' 또는 '전면전'을 벌이며 경쟁해온 두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통합신당'이라는 기치 하에 하나인 듯한 외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통합신당은 지역당'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4일 김 의장이 최근 노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 "정 전 의장은 김 의장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 전 의장은 김 의장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과 가까운 한 초선의원도 "통합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은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처럼 두 사람이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데는 '현 시점에서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후보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상황에서 당, 나아가 여권 전체를 살려내지 못하면 자신들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다"면서 "통합신당 창당에 양측은 일심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반자적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대권'이란 목표를 놓고 오랫동안 경쟁을 벌여왔던 두 사람 간에는 그동안 너무 많은 감정의 앙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당 창당과정에서 주도권 쟁탈전이 빚어질 경우 급격히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양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 전 의장이 양보해야 한다", "김 의장의 리더십으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등 은근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정 전 의장 측은 김 의장이 최근 '반(反) 노무현''의 선봉에 서고 있는 것을 차기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 각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 전 의장이 4일 방미 후 귀국인터뷰에서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가 비상기구가 아니라 평상기구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 것도 김 의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장 측은 정 전 의장이 최근 미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것에 대해 "여당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정 전 의장이야말로 한가로이 대권 행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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