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가 제공한 이 문건은 김 위원장이 10월 18일 김익현 군수동원총국장에게 직접 지시한 내용을 정리했다는 것으로 “인민은 자체 노력으로 용케 견디고 있는 만큼 절대로 전쟁 예비 식량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는 지원 전망이 없지만 결국 남조선에서 식량이 들어올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나 군수동원총국장으로 지목된 김익현은 사망한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함께 한 동료로 통일부에서 발행한 ‘북한의 주요 인물’에는 1916년생(90세)으로 기록돼 있으며 중앙군사위원이라는 명예직을 가지고 있을 뿐 실무에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종산(84) 차수를 군수동원총국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210만 t밖에 안되는 올해 농업생산량을 350만 t이라고 조작 보고한 농업 부문 관계자 13명을 처벌했다’는 당 중앙위 비서국 결정(11월 3일자)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400만 t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여름 홍수로 손실분이 있다 해도 350만 t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당국은 이 문건이 북한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탈북자들이나 북한을 오가는 북한 주민이 금전적 대가를 노리고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남 교수는 “문서를 입수한 뒤 3주간 정밀하게 진위를 확인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통한 대북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익현은 현직 군수동원총국장”이라고 말했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 탓에 과거에도 북한 내부의 동향을 담은 문건이나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9월 탈북하다 붙잡힌 여성이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 군복 차림의 남성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몰래 카메라로는 찍기 어려운 정면 눈높이 촬영인 데다 화면을 줌인하는 기법까지 사용해 조작 영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본 시사주간지인 ‘겐다이(現代)’가 올해 2월 비서국 지시문을 입수했다며 보도한 김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의 노동당 책임 부부장 임명 및 후계자 확립설도 서체와 문서 형식 등으로 미뤄볼 때 조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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