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 초청 특강 자리였다. 이 전 총재는 그동안 각종 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들을 간간이 지원하기는 했지만 당 주관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맹형규 이재오 공성진 의원, 양정규 전 의원 등 그의 총재 시절 측근 10여명이 참석했다.
최근 정계복귀설이 나돌고 있는 이 전 총재는 이날도 현 정권 실정을 강력히 비판하는 한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 주관 행사임을 의식한 듯 대선자금 사건에 대한 사과로 운을 뗐다. 그는 "대선자금 사건으로 당에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겼다"면서 "잘못된 일이고 모든 책임이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 당원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퇴임 후 공개적으로 대선자금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은 성의 있고 진지하게 정치를 하겠다는 의욕조차 잊은 것 같다. 남은 임기를 채울지 말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며 많은 국민이 절망과 회한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두 2002년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해 패배한 데서 비롯된 것이란 자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당이 진지한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불임정당이라는 비관론, 이대로 가면 된다는 낙관론, 두 가지 견해가 다 틀렸다"면서 "반성하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부심을 가져야 할 과거마저 부정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천박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에 안돼도 국회의원하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는 절대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면서 "대권주자들이 경선에 되면 다 된다는 식으로 서로 이전투구하는 것은 절대 좋은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자유민주주의 핵심가치에 대한 신념을 국민에게 보이고 이를 정책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호남에 가서 햇볕정책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김대중 주의'에 아첨해 호남에서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지역주의에 편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정계복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미 내 입장은 말했다"고 밝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