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많은 행사 속에 다망하신데도 불구하고 오늘 저녁 이와 같이 성대한 ‘밴 플리트 상’ 수상식과 ‘한반도 평화의 밤’을 갖도록 도와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밴 플리트 장군은 6.25 한국전쟁 당시 공산 침략군을 격퇴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퇴역 후에도 한미 양국의 친선을 위해서 쉬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창설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 양국의 우호협력 증진에 큰 역할을 하는 기초를 닦았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진정한 벗인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밴 플리트 상’의 수상자가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그 뜻을 새겨 앞으로 더 한층 한미 양국관계 증진과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위해 미력이나마 노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오늘 직접 상의 수여절차를 주관해 주신 그레그 회장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레그 회장은 일찍이 주한대사로서 한미 양국 관계발전에 큰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또한 지난 13년 동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으로서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과 한미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크게 공헌하신 분입니다. 그레그 회장은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자주 왕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과 남한으로부터는 물론 북한으로부터도 큰 신뢰와 존경을 받는 분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장 도움이 되는 협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레그 회장은 1973년 제가 한국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일본에서 납치되었을 때, 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신 은인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남북한 간의 화해 협력을 제창한 바 있습니다. 특히 1998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한반도에서 냉전의 찬 바람을 몰아내고 따뜻한 화해 협력의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냉전의 망토를 벗어던지자고 북한에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도 우호적 심정으로 크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1만 3천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을 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전 과거 50년 동안에는 불과 200명이 만났을 뿐입니다. 130만명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에게 북한에 대한 인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의식주 걱정 없이 관광까지 다니는 남한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울 것입니다. 개성공단에는 지금 1만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남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장차 35만명까지 늘어날 것입니다.
햇볕정책은 큰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은 그동안 북미관계가 경색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은 많은 국내외의 전문가들과 국민여론이 일치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첫째, 남북이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평화공존하고 평화교류하다 평화통일하는 원칙을 고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체의 무력 사용과 적대관계 강화를 배제하고, 인내심과 성의를 가지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평화적 통일의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둘째,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봉쇄해야 합니다. 남북간 교류협력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확고한 한미 안보태세는 평화를 위한 양 날개와 같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중국, 러시아와 같은 주변 강대국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동 노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6자회담은 성공해야 하고, 상설화돼야 합니다.
셋째, 북미관계가 개선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습니다. 북미관계의 해결 없이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세계가 믿을 수 있도록 평화를 향한 확고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미국도 북한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한반도에서 신뢰와 협력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당면한 핵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거듭 말씀드립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입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간의 직접대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10월 9일 북한 핵 실험을 전후해서 ‘북한과 미국은 직접 대화하라, 주고받는 협상을 하라, 실천은 동시에 하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이르러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북한 핵 포기에 대한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북미 관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지 않느냐 하는 느낌이 듭니다. 터널의 출구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북미가 직접 대화하고 6자회담이 협력하면 북한 핵 문제는 풀릴 것이고 한반도에 평화는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북한은 핵을 언제까지나 가지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이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북한이 핵 보유 국가가 되면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북 아시아 나라들이 핵 보유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그러한 주장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랬을 때 북한의 핵은 그 힘이 크게 상실될 것입니다. 셋째로 북한이 계속 핵 보유 국가로 남게 된다면 UN과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경제가 파탄되어 북한의 생존권이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적절한 협상을 통해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편 미국도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제재만으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은 지금 북한에 대해서 군사력을 사용할 여유가 없다고 봅니다.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나 UN 제재 결의만으로는 북한을 굴복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와 같이 미국이나 북한이 종래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기에는 그 효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길은 있는 것입니다. 북미가 직접대화하고 6자회담이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합니다. 작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있었던 6자회담의 합의대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합의가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북미관계는 결국 대화를 통한 협상 외에는 해결의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동이익의 원칙 속에 평화를 실현하려는 햇볕정책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공산국가와 50년 동안 냉전의 대결을 했습니다. 그러나 비난과 봉쇄만 가지고는 어느 공산국가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화해협력하고 개혁개방으로 유도했을 때는 모두 성공했습니다. 소련과 동구라파에서 성공했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성공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미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공정한 협상을 대담하게 진행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핵 위기도 해결되고, 북한도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의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한반도 평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이루어 질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협력하다가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그 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1,300년 동안 통일 국가를 이뤄온 우리가 타의에 의해서 분단된 그 유산을 계속 감내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니, 분단은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시켜 나갑시다. 6자회담을 한반도 평화는 물론 장차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상설기구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관계국과 협력해 나갑시다.
평화는 내 이익만이 아니라 상대의 이익도 배려해야만 합니다.
평화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자만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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