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책 장민호(44) 씨 집에서 압수한 USB 4개에 담긴 대북 보고서만 A4 용지로 41만 장에 이르렀다. 이 문건들은 대부분 암호화돼 있었다.
검찰과 국정원은 압수한 문건을 날짜별로 정리하면서 북한의 지령과 이에 상응하는 장 씨의 대북 보고 문건을 퍼즐 맞추듯 확인해 나갔다.
수사팀이 일심회를 반국가 단체가 아닌 ‘이적 단체’로 판단한 데에는 장 씨가 “남북이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를 거쳐 통일돼야 한다.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가 변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 게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국가 변란을 1차적인 목적으로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반국가 단체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기 때문. 장 씨의 주장대로라면 일심회를 반국가 단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 씨 등이 북한 공작원에게서 받은 공작금이 상식적인 수준보다 적은 것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화제가 됐다.
장 씨 등이 1989년부터 7년여 동안 받은 공작금은 모두 합쳐도 4000만 원 남짓했고, 손정목 씨는 여행 경비 수준인 2000달러를 받은 것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씨가 북한에 보낸 보고 문건에는 “공작금을 더 보내 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장 씨는 1998년 이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공작원을 5차례 만났고, 태국 방콕에서도 두 차례 접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씨가 2002년 11월 북측에 보낸 보고문에는 당시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문건도 있어 수사팀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대북 보고 문건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선거일 1개월 전에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대북 보고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장 씨는 북한으로부터 조국통일상과 노력훈장을, 손정목 씨는 조국통일상을, 이정훈 이진강 씨는 각각 노력훈장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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