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4·19혁명과 1987년 6월항쟁과 같은 민주화 노력이 통일운동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2000년 6·15공동선언으로 이어져 화해협력의 새 역사를 열었다고 믿는다”면서 “여러 업적 중에서도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5년 9·19공동성명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런 합의과정과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와 현안 과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위대한 선은 물과 같다)’를 인용해 “결코 다투지 않고 혼자 가는 일이 없는 물처럼 남북관계에서도 우리 내부에 폭넓은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달이 넘게 임명장을 받지 못한 이 장관은 한나라당의 반대를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찾은 이 장관은 향후 남북관계의 구상을 묻는 질문에 “각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고, 전직 장관 및 통일고문들을 만난 뒤 빠른 시일 내에 원칙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전 장관은 오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에 대한 중단 논의에 대해 ‘가슴 아픈 자해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 두 사업에 대해 일부에서 흠집을 내려 하고 있으며 근거가 불확실한 의혹을 제기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선악의 판별 대상만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시대를 만드는 상대방”이라며 “북한정권의 성격에 대한 판단과 관계없이 대화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서는 언제나 일차적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의견이 가장 존중되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다른 북한 문제들과 연동시키지 말고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6자회담에 임하면서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와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고,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꺼내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그는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회의차 청와대로 가는 차 속에서 ‘아 나는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장관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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